[풋볼리스트] 김정용 기자= 로드리는 이미 훌륭한 수비형 미드필더다. 그러나 펩 과르디올라 맨체스터시티 감독의 전술을 소화하려면 아직 갈 길이 조금 더 남았다.

로드리는 ‘2019/2020 잉글리시프리미어리그(EPL)’ 초반 두 경기를 모두 풀타임으로 소화했다. 아틀레티코마드리드에서 맨시티로 이적한 뒤 모든 공식경기에 선발로 뛰면서 주전 수비형 미드필더가 됐다. 경기 내 세부기록은 좋다. 두 경기 모두 패스 성공률이 90%를 넘겼고 팀 내 공 탈취 1위, 롱 패스 성공 횟수 1위, 공중볼 획득 2위 기록을 갖고 있다. 빌드업과 수비 양면에서 많은 성공 횟수를 기록 중이다.

그러나 과르디올라 감독은 완벽해 보인 로드리의 데뷔전 이후 유보적인 입장을 밝혔다. “로드리는 잘 했지만 더 나아질 필요가 있다. 어리니까 가능성이 있고, 키도 크다. 그러나 우리 팀엔 새로 온 선수다. 영리한 친구니까 해낼 것이다.” 아직 자신의 전술에 녹아들지 못했다는 것을 암시한 말이다.

 

종종 집중력을 잃어버린 로드리

로드리가 공 근처에 있을 때는 공수 양면에서 확률 높은 플레이로 팀에 기여했다. 문제는 애초에 공 근처에 가지 못했을 때, 또 집중력을 잃어버렸을 때 발생했다.

모든 수비형 미드필더가 그렇지만, 특히 과르디올라 감독 아래서 뛰는 수비형 미드필더는 ‘후방 플레이메이커’로서 지능적인 위치 선정과 빠른 판단이 가장 중요하다. 로드리는 이 측면에서 종종 아쉬운 모습을 보였다.

특히 동료 센터백이 공을 갖고 있을 때, 로드리는 최선의 위치로 이동하며 빌드업을 풀어갈 수 있게 만들어야 한다. 경기 내내 종종걸음으로 움직이는 것이 기본이다. 로드리는 종종 패스를 건넨 뒤 그 자리에 멈춰 섰다. 데뷔전이었던 웨스트햄전 후반전에 특히 눈에 띈 단점이었다. 센터백 에므리크 라포르트가 공을 몰고 올라가다가 로드리가 받으러 올 것을 전제하고 중앙으로 이동했는데, 예상과 달리 로드리가 접근하지 않는 바람에 웨스트햄의 압박에 공을 빼앗기고 곧장 속공을 허용한 장면도 있었다.

공격할 때도 자제력이 약간 부족했다. 공격 상황에서 후방 플레이메이커는 공격이 무산됐을 때를 대비해 백패스를 받을 수 있는 위치를 선점하고, 상대 속공을 저지하는 것도 염두에 두는 것이 기본이다. 그러나 로드리는 가끔 충동적으로 전진했다. 로드리가 자신의 자리를 벗어났기 때문에 맨시티의 공격이 무산된 뒤 상대 속공을 미연에 방지할 수 있는 타이밍을 놓쳤다.

로드리는 비야레알과 아틀레티코에서 매우 호평 받았지만, 단독 수비형 미드필더를 맡은 경험은 부족하다. 비야레알 시절 종종 4-3-1-2 포메이션을 경험한 것 외에는 대부분 4-4-2나 4-2-3-1 포메이션에서 뛰었기 때문에 중앙 미드필더가 두 명인 상황에 더 익숙하다. 이런 전술에서는 로드리가 다소 충동적으로 뛰더라도 동료 중앙 미드필더가 커버해 줄 수 있지만, 맨시티의 후방 플레이메이커는 더 냉정한 판단이 필요하다.

과르디올라 감독은 로드리에 대해 "문신도 없고 귀걸이도 없다. 그리고 헤어 스타일은 딱 봐도 홀딩 미드필더다"라고 말한 바 있다. 단순한 인성 이야기가 아니다. 특히나 맨시티의 수비형 미드필더는 '팀 전술의 노예'가 되어야 하고, 자기 충동대로 플레이하면 안 된다. 

맨시티는 2라운드에서 만난 강호 토트넘홋스퍼를 상대로 일카이 귄도간을 기용했다. 다비드 실바 대신 귄도간이 투입되면서, 포메이션은 기존의 4-3-3과 4-2-3-1의 중간 형태가 됐다. 귄도간이 아직 적응 중인 로드리를 도와 수비 포진 및 빌드업을 보좌하라는 의도로 볼 수 있다. 그러나 포백 앞 보호가 잘 되지 않아서 이 공간에서 에릭 라멜라에게 한 골을 내줬다. 압도적인 경기력에도 불구하고 2-2 무승부에 그친 원인 중 하나였다.

로드리의 선배 페르난지뉴는 이 역할의 세계적인 권위자다. 과르디올라 감독은 “페르난지뉴를 3명 가진 팀은 우승도 가능하다”고 극찬한 바 있다. 페르난지뉴는 위치선정에 대한 감각이 비범하다. 또한 공을 잡기 전 그라운드 전체 상황을 파악하고 있다가, 받자마자 매우 빠른 속도로 전진 패스를 뿌리는 지능도 갖췄다. 페르난지뉴보다 힘세고, 젊고, 기술이 좋은 로드리지만 지능 측면에서는 선배를 보고 더 배워야 하는 시기다.

 

로드리의 적응, 펩의 'EPL식 토털풋볼‘에 꼭 필요한 요소

로드리를 영입했다는 건 과르디올라 감독이 EPL에 완전히 적응했다는 걸 보여주는 신호다. 원래 바르셀로나식 토털 풋볼에서 후방 플레이메이커의 기동력과 체격은 그리 중요한 요소가 아니다. 과르디올라 자신이 느리고 약한 선수였음에도 불구하고 바르셀로나 ‘드림팀’의 멤버로 활약했다. 감독이 된 뒤, 과르디올라는 바르셀로나 2군에 묻힌 진주였던 세르히오 부스케츠를 알아보고 1군 주전으로 기용해 팀의 전성기를 만들어냈다.

바이에른뮌헨 감독 시절에도 ‘신체보다 지능’을 우선시하는 과르디올라 감독의 성향은 여전했다. 하비 마르티네스 등 뛰어난 중앙 미드필더가 즐비한 바이에른이었지만, 위치선정과 패스 타이밍에 대한 감각은 과르디올라 감독의 성에 차지 않았다. 결국 왜소하지만 영리한 천재 풀백 필립 람을 미드필더로 이동시킨 뒤에야 원하는 경기력이 나왔다. 이후에는 33세 노장이었던 사비 알론소를 영입해 후방 플레이메이커 역할을 맡기기도 했다.

그러나 EPL에서는 과르디올라식 축구를 고수하기 더 힘들다. 모든 팀이 속공을 주고받는 정신없는 문화 속에서 맨시티만 철저하게 대형을 유지하는 건 불가능했다. 대형이 무너졌을 때 더 넓은 공간을 책임질 수 있는 미드필더가 필요했고, 그게 페르난지뉴였다.

로드리는 과거 과르디올라가 가졌던 미드필더 중 마르티네스와 가장 비슷하다. 스페인 출신이면서도 장신의 거한이기 때문에 힘과 기술을 겸비했다. 그러나 과르디올라의 수비형 미드필더에게 필요한 지능은 아직 개발 중이다. 과거의 과르디올라는 마르티네스를 미드필더로 기용하지 않고 센터백으로 이동시켜버렸다. 그러나 현재의 과르디올라는 로드리를 굳이 영입해 맨시티의 10년을 책임질 미드필더로 육성 중이다. 과르디올라도 EPL에서는 신체능력을 간과하지 않는 감독으로 변했다는 걸 보여주는 단적인 예다.

맨시티는 앞으로 EPL 9경기 동안 중하위권 팀을 상대하다가, 12라운드에서 리버풀 원정을 떠난다. 그때까지 로드리를 맨시티 전술에 적응시키는 것이 지금 직면한 가장 큰 과제다.

사진= 게티이미지코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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