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풋볼리스트] 류청 기자= 파비오 칸나바로 감독 마음을 사로 잡은 박지수는 조금씩, 하지만 확실하게 성장하고 있다.

 

박지수는 매번 예상을 깨는 선수다. 인천유나이티드에서 방출된 뒤 K3 의정부FC를 거쳐 다시 경남FC 유니폼을 입었을 때도 그를 주목하는 이는 많지 않았다. 박지수는 경남을 K리그1로 승격시킨 뒤 대표팀 유니폼까지 입었다. ‘깜짝 발탁’이라는 수식어를 달았지만 이후에도 박지수는 계속 전진했다. 광저우헝다로 이적할 때도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이하 ACL) 용 선수’라는 비아냥을 들어야 했다. 박지수는 현재 리그 13경기에 연속으로 출전해 무패 기록을 이어가고 있다. 파비오 칸나바로 감독 마음을 확실히 잡았다. 파울루 벤투 감독이 선발한 9월 대표팀 명단에도 이름을 올렸다.

 

그는 ‘풋볼리스트’와 한 전화인터뷰에서 “이제 광저우 생활이 6개월 째다. 너무 덥하고 습한 날씨만 빼면 다른 부분은 다 적응했다”라며 “광저우는 큰 도시라 한국 식당도 있고 카페도 있고 편의시설도 다 있어서 괜찮다”라며 웃었다. 박지수는 월드컵에서 우승컵을 차지했었고 발롱도르도 수상한 칸나바로 감독과 생활을 묻자 “자유 시간을 많이 준다. 운동 시간 빼고는 다른 부분에서는 이야기를 전혀 안 한다. 가장 많이 하는 이야기가 ‘잘 먹고 잘 쉬라’는 정도”라고 설명했다.

 

그는 땀과 노력으로 ‘ACL용 선수’라는 전망을 무너뜨릴 수 있었다. “운이 좋았던 것도 있고, 처음부터 ACL을 뛴 후 컨디션을 유지하려고 노력했었다. 피지컬 코치에게 훈련량도 늘리고 더 뛰는 훈련도 시켜달라고 부탁했었다. 선수는 훈련하는 수밖에 없다. 경기를 뛰고 안 뛰고는 자기 하기 나름이라고 생각했다. 경남에서도 초번에는 경기에 못 나오다가 기회를 잡게 됐다. 한 선배가 ‘프로는 기회를 잡아야 프로’라고 조언한 게 기억에 남는다. ACL도 있고 컵대회도 있었기 때문에 실력을 보이면 기회를 받을 수 있다고 믿었다.”

박지수는 칸나바로 감독에게 출전 가능성을 묻는 전화를 받았던 날을 기억하고 있다. 그는 “부상이 살짝 있어서 관리하고 있던 어느 날 저녁에 감독이 전화를 했다. ‘다음 경기 뛸 수 있겠느냐’라고 묻더라. 내가 필요하면 주사라도 맞고 뛰고 싶다고 이야기했더니 ‘괜찮다. 이번에는 쉬고 다음 경기를 준비하는 게 낫겠다’라고 하더라. 그래서 리그에서 기회를 잡았다. 감독은 ‘리그 첫 경기니 편하게 하라’고 격려해줬다. 이후 운 좋게 계속해서 이기면서 출전 기회도 잡고 있다”라고 말했다.

 

칸나바로 감독은 큰틀을 제시하고 동기부여를 하는 스타일이지만, 가끔은 수비수에게 세밀한 지시나 조언을 할 때도 있다. 칸나바로 동생인 파올로 칸나바로 코치도 박지수의 조언자다. “감독은 상대 공격수를 언급하며 어떤 선수는 어디로 돌아서고 어디서 슈팅하는지 알려준다. 수비수라면 감독 말을 따를 수밖에 없다. 많이 배우고 많이 들으려고 한다. 가끔씩은 정말 신기하다. 감사하기도 하다. 파울로 칸나바로 코치도 도움이 많이 된다. 감독은 장난을 많이 치고 동생인 파올로 코치는 섬세하다”라고 설명했다.

 

박지수에게는 잘 알려지지 않은 특별한 조력자도 있다. 그는 초등학교 때 함께 축구를 했던 친구 강정욱 씨와 함께 생활하고 있다. 그는 힘들 때마다 친구이자 에이전트인 정욱 씨와 이야기를 한다고 했다. 박지수는 “쉬는 시간에 친구와 고민도 이야기하고 미래도 이야기한다”라며 “친구가 있어서 힘들 때마다 위로도 되고 도움도 많이 받는다. 정말 고맙다”라고 말했다. 말이 통하는 조선족 출신 센터백 파트너 고준익도 박지수의 우군이다. 

그는 땅덩어리가 큰 중국에서 생활하면서도 K리그에서 얻은 인연과 가끔씩 만나고 있다. 최근에는 김민재와 맞대결을 벌였었고, 전 팀 동료 말컹과도 경기했었다.

 

“(김)민재는 홈에서 만나고 몇 개월 지나 봤는데 반갑기도 하고 그랬다. 민재와 경기 끝나고 저녁 먹으며 이야기도 했다. 유니폼도 교환하고 했는데 색달랐다. 경남에서는 못해본 일이다. 이번에는 민재와 짧은 시간이었지만 같이 뛸 수 있어 좋았다.”

 

“말컹과 처음으로 맞대결 하면서 K리그에서 왜 그렇게 많이 넣었는지 체험했다. 같이 뛰었던 게 다행이라고 생각했다. 말컹은 스타일을 바꿔 많이 뛰는 선수가 되면서 몸도 좋아졌다. 내가 ‘경남으로 돌아가라’라고 했더니 기회가 된다면 한국으로 돌아가고 싶다고 말하더라.”

박지수는 계속해서 위를 바라보고 있다. 가장 가까운 목표는 대표팀 선발이다. 그는 대표팀 발표가 되기 전 한 인터뷰에서 “리그와 ACL에서 경기도 뛰고 있고 좋은 공격수도 상대해보니 내게 도움이 되는 것 같다. 부족한 부분을 보완하고 있으니 준비를 잘 해서 대표팀에서도 꼭 뛰고 싶다”라고 말했었다. 그는 대표팀에 이름을 올린 뒤에는 “대표팀은 영광스러운 자리다. 매 순간 최선을 다해서 대표팀에서도 반드시 좋은 모습을 보일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라고 말했다.

 

다음 목표는 ACL 우승이다. 광저우헝다는 8강에 올라 28일 가시마앤틀러스와 경기를 앞두고 있다. 그는 “ACL은 처음이다. 경기가 쉽지 않더라. 8강에 올라간 것은 의미 있는 일이다. 여기까지 왔으니 꼭 우승해보고 싶다”라며 “대표팀에서 친해진 (정)승현이와 붙는다. 승현이에게 ACL에서 붙게 됐는데 서로 부담 없이 경기를 잘 마무리하고 유니폼을 교환하자고 말하고 싶다. 이기는 건 우리가 이기고 말이다”라며 웃음을 보였다.

 

사진=게티이미지코리아, 한국프로축구연맹, 박지수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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