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풋볼리스트] 김정용 기자= 이탈리아세리에A 1선발 1골, 세리에B(2부) 18선발 1골 2도움. 이승우가 이탈리아 무대에서 남긴 성적이다. 기록은 그리 뛰어나지 않지만 프로 선수로서 완성도를 높여간 기간이었다.

이승우가 이탈리아를 떠나 벨기에 무대에서 새로운 도전을 시작한다. ‘스카이스포츠 이탈리아’와 ‘칼초메르카토웹’을 비롯한 국내외 여러 매체가 이승우의 이적을 기정사실화했다. 일본계 기업이 소유한 벨기에 구단 신트트라위던은 애초 이승우의 임대를 요청했으나, 받아들여지지 않자 완전영입으로 방향을 틀어 베로나를 먼저 설득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승우는 바르셀로나 유소년팀에서 출장 정지 징계로 고생한 뒤 2017년 첫 프로팀을 찾아 나섰고, 당시 세리에A 승격팀인 베로나의 러브콜을 받아 합류했다. 베로나는 세계 최강 바르셀로나 유소년팀에서도 알아주는 기대주였던 이승우를 영입해 ‘대박’을 노렸다.

프로 첫 시즌은 순탄치 않았다. 이승우는 2017/2018시즌 세리에A에서 벤치에 32회 앉았고 그중 13회 교체 투입됐다. 선발 출장은 단 1회였다. 경기 막판 투입이 대부분인 상황에서 가치를 드러내기는 쉽지 않았다. 출장 시간은 344분이었다.

팀이 강등된 뒤 맞은 2018/2019시즌 출장 시간은 1,688분으로 크게 늘어났다. 선발 투입 18회, 교체 투입 8회로 절반 가까운 경기시간을 소화했다. 지난해 8~9월 아시안게임, 올해 1월 아시안컵으로 베로나 선수단을 꽤 오래 비웠다는 걸 감안하면 출장 시간의 비중은 좀 더 높았다고 볼 수 있다.

기록은 다소 빈약하다. 이승우는 세리에A에서 1골, 세리에B에서 1골 2도움을 남겼다. 그러나 강한 인상을 남긴 장면들은 있었다. 2018년 5월 AC밀란 원정에서 넣은 골이 대표적이다. 팀은 1-4로 패배했지만 프로 데뷔골을 빅 클럽 원정에서 넣으면서 승부사 기질을 보여줬고, 다음 경기에서 프로 첫 선발 출장을 맛봤다. 세리에B에서 좀 더 비중이 늘어날 수 있게 해 준 두 경기였다.

이승우는 감독의 지시를 철저히 따르기보다 자신의 본능대로 뛰는 경향이 강한 선수였지만 이탈리아 축구를 경험하며 팀 플레이가 점점 개선되고 있었다. ‘번뜩이지만 꾸준함이 부족하다’는 과거 비판을 극복하고, 공격 포인트가 없을 때도 주전으로 활약하며 공의 흐름을 살리는 플레이를 해 왔다. 동료들의 득점을 돕는 시발점 역할을 하는 경우가 많았다.

가장 편한 포지션인 왼쪽 윙어만 고집하지 않고 오른쪽 윙어 등 다른 역할도 소화하는 경험을 쌓았다. 이승우는 선발로 맡은 포지션이 어디든, 상대 센터백과 풀백 사이 공간을 공략하며 꾸준히 수비를 흔드는 플레이를 더욱 성숙시켰다.

다만 수비 가담을 성실하게 하는 편은 아니라는 점이 이탈리아에서는 늘 걸림돌로 작용해 왔다. 이탈리아 축구는 한두 명을 제외하면 모든 선수의 수비 가담을 요구하는 경우가 많다. 윙어는 물론이다. 특히 베로나는 투톱을 쓸 때도 둘 중 한 명을 미드필더 출신으로 배치해 수비력을 강조하는 경우가 많았다. 이승우는 여기 어울리지 않는 면이 있었다.

이탈리아보다 수비가 덜 격렬한 벨기에 리그로 이동하는 건 기회가 될 수 있다. 21세 이승우는 프로 두 번째 소속팀으로 이적한다. 겉보기에는 바르셀로나, 베로나, 신트트라위던으로 점점 팀의 수준이 떨어지는 중이지만 여전히 이승우에게는 더 성장할 여지가 충분하다.

사진= 게티이미지코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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