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풋볼리스트] 김정용 기자= 이승우가 합류한 벨기에 구단 신트트라위던은 일본계 기업이 소유한 팀이다. 모기업이 번창하게 된 비결로 거슬러 올라가면 성인용 비디오 사업이 나온다. 여기서 번 돈으로 아시아 선수들의 유럽 진출을 돕는 구단까지 설립했다.
신트트라위던은 현재 아시아 선수 5명이 소속돼 있다. 이적이 임박한 것으로 알려진 이승우를 비롯해 일본의 다니엘 슈미트, 이토 다츠야, 스즈키 유마, 베트남의 응우옌 콩푸엉이다. 유럽에서 가장 아시아 친화적인 구단으로 첫손에 꼽힌다.
이 팀을 거친 일본 선수는 더 많다. 신트트라위던에서 이탈리아세리에A의 볼로냐로 이적해 주전 수비수 자리를 꿰찬 도미야스 다케히로가 대표적이다. 그밖에 엔도 와타루, 기노시타 고스케, 가마다 다이치, 세키네 다카히로, 고이케 유타, 소우마호로 야야, 오노 유지 등의 일본 선수가 2015년 이후 신트트라위던 유니폼을 입었다.
일본인을 본격적으로 영입하기 시작한 건 2017년 일본 기업 DMM이 이 팀을 인수하면서부터다. 일본 선수들을 집중 영입했지만 무분별하게 수집한 건 아니었다. 빅 리그로 떠난 도미야스는 단 두 시즌 만에 만든 성공작이다. 2018/2019시즌 정규리그에서 7위를 기록하며 성적도 잘 냈다.
벨기에 팀에서 아시아 선수를 영입하기 힘든 건 실력이 아니라 돈 때문이다. 비슷한 실력의 아프리카, 남미 유망주에 비해 몸값이 높기 때문에 ‘가성비’가 나쁘다. DMM은 일본 선수들의 유럽행을 돕는다는 취지에 따라 다소 높은 운영비를 감소했다. 성적 향상은 예견된 결과였다.
이승우처럼 이미 유럽에 진출해 있는 아시아 선수들도 적극적으로 노린다. 이는 전력 보강이기도 하지만, 순수한 호의에서 뛸 기회를 준다는 의미도 있다. 프랑크푸르트에서 적응에 어려움을 겪던 가마다는 2018년 신트트라위던으로 임대돼 한 시즌 15골을 넣으면서 부활했고, 이번 시즌 임대를 마친 뒤 프랑크푸르트에서 2경기 모두 선발로 뛰었다. 신트트라위던 덕분에 분데스리가 재도전이 가능했다.
일본뿐 아니라 아시아 선수들 전반에게 기회를 준다는 점도 특징이다. 인천유나이티드 적응에 실패한 콩푸엉, 이탈리아의 엘라스베로나에서 주전 경쟁에 어려움을 겪던 이승우까지 영입했다. 벨기에 안의 ‘아시아 올스타’를 꿈꾸고 있다.
DMM을 설립한 가메야마 게이시 회장은 비디오테이프 대여점 사업을 하다가 1990년 성인용 비디오(AV) 제작 사업을 시작하면서 본격적인 사업가로 변신했다. 사업 초창기부터 비디오 판매 과정에 전산 시스템을 적극적으로 도입해뒀기 때문에, 성인물이 인터넷으로 유통되는 시대가 왔을 때 발 빠르게 대처할 수 있었다. 가메야마 회장의 선견지명에 따라 1998년 설립된 DMM은 일본 최대의 AV 유통망으로 성장했다. 과거 ‘IT 동아’ 기사는 가메야마 회장이 손정의 소프트뱅크 회장과 함께 일본 인터넷 업계를 이끄는 ‘일본 인터넷 사업의 어둠’이라고 소개했다.
DMM은 최근 기업 내 AV 관련 사업의 비중을 줄이고 게임 유통, 영어 교육 등으로 사업을 다각화하는 중이다. 신트트라위던 인수 역시 이 시기에 진행됐다. DMM의 이미지를 건강하게 바꾸기 위한 투자로 해석되기도 한다.
당장의 성적보다 자국 선수를 잔뜩 영입해 육성하는 건 풋볼 매니저(FM) 등 축구 게임을 즐기는 사람들의 흔한 성향이다. 맨체스터시티의 셰이크 만수르 구단주가 돈이 많아 ‘현실 FM’이라면, 가메야마 회장은 다른 의미에서 현실 FM을 진행 중이다. 그 흐름 위에 이승우가 있다.
사진= 게티이미지코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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