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풋볼리스트] 유지선 기자= 백승호가 지로나를 떠나 독일 분데스리가2(2부 리그) SV다름슈타트에서 새로운 도전에 나선다.

다름슈타트는 31일 지로나로부터 백승호를 영입했다고 공식 발표했다. 계약기간은 오는 2022년 6월까지이며, 백승호는 다름슈타트에서 등번호 14번을 달고 그라운드를 누빈다.

지속적인 노력 끝에 이뤄낸 이적이다. 백승호는 지난 시즌 심한 마음고생을 했다. 지난해 여름 1군으로 분류되면서 출전시간을 점차적으로 늘려갈 것으로 기대했지만, 이적시장 막바지에 변수가 발생했다. 미드필더 더글라스 루이스가 갑작스럽게 임대 복귀를 했고, 비유럽선수(Non-EU) 쿼터 문제로 2군에서 뛰게 된 것이다. 부상자가 나오면서 1군에서 뛸 기회가 주어지긴 했지만, 리그와 컵대회를 포함해 6경기에 불과했다.

경기 출전이 간절했던 백승호는 이전부터 이적을 모색했다. 겨울 이적시장에서 이적을 원한다는 뜻을 전했지만 지로나 구단이 만류했고, 올 여름도 마찬가지였다. 프리시즌 훈련을 위해 팀에 합류하자마자 백승호의 에이전트가 구단 관계자와 만나 이적 의사를 내비쳤다. 좋은 제안을 한 팀들이 있었고, 하루빨리 새로운 팀에서 프리시즌을 소화하길 원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지로나 구단은 이적료와 상관 없이 백승호가 필요하다며 이적 요청을 거부했다.

잔류를 생각하기도 했다. 바르셀로나 시절 인연이 있던 카를로스 운수에 감독이 지로나 지휘봉을 잡게 됐고, 백승호를 적극 활용하겠단 뜻을 밝혔기 때문이다. 지로나 구단도 2부리그로 강등되면서 비유럽선수 쿼터가 2장으로 줄었지만, 그중 1장을 백승호에게 약속했다.

그러나 또 예상치 못한 변수가 등장했다. 지로나는 당초 초코 로사노를 떠나보내고, 로사노가 이적하면서 비게 되는 비유럽선수 쿼터를 백승호에게 줄 계획이었다. 그러나 크리스티안 스투아니가 이적을 추진한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계획에 차질이 생겼다. 공격수 두 명을 동시에 내보낼 수 없는 지로나가 로사노를 붙잡아둔 것이다. 쿼터 등록이 차일피일 미뤄지자 백승호 측은 데드라인을 제시했다. 하지만 지로나 구단은 기다려달라는 말만 반복했다.

더 이상 기다릴 수 없다고 판단한 결정적 계기는 ‘2019/2020 스페인 세군다 디비시온(2부리그)’ 개막전이었다. 백승호가 개막전 출전 명단에서 제외된 것이다. 개막전을 마친 뒤 곧바로 구단과 미팅을 한 백승호 측은 쿼터를 주더라도 무조건 지로나를 떠나겠다고 말했다. 계약기간이 남아있고 쿼터를 줄 생각인데 왜 이적하려고 하느냐는 답이 돌아왔지만, 백승호 측은 이미 여러 차례 약속을 깬 지로나 구단을 더 이상 신뢰할 수 없었다. 자칫하면 지난 시즌의 악몽이 되풀이될 수 있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백승호는 우여곡절 끝에 다름슈타트에 새로 둥지를 틀게 됐다. 프랑스 리그앙의 님올랭피크, 디종을 비롯해 독일, 네덜란드, 포르투갈 등 다수의 팀들로부터 이적 제의를 받았지만, 가장 적극적이고 믿음을 준 건 다름슈타트였다.

백승호 측은 새로운 팀을 물색하는 과정에서 구단의 말보다는 감독의 계획에 포함돼있는지를 가장 중요한 요소로 고려했다. 결국 선수를 기용하는 것은 감독이고, 구단의 말은 소용이 없다는 사실을 지로나에서 뼈저리게 느꼈기 때문이다.

다름슈타트는 백승호 측을 초대해 자신들의 경기를 직접 보게 하고, 경기 다음날에는 감독과 코치, 단장까지 모두 미팅에 나왔다. 미팅에서는 감독이 직접 백승호가 뛰게 될 포지션과 기용 계획, 백승호가 필요한 이유 등을 세세하게 설명한 것으로 알려졌다. 백승호가 차기 행선지로 다름슈타트를 선택한 이유다.

다름슈타트에서 새로운 도전에 나서는 백승호는 어느 때보다 바쁜 9월을 보내게 됐다. 9월 A매치 소집 명단에 이름을 올렸고, A매치 기간을 마친 뒤에는 새로운 소속팀 다름슈타트에 적응해야 한다.

사진= 다름슈타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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