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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구에 부처] 잉글랜드 축구의 새로운 세대가 온다

기사승인 2019.08.30  18:22: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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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노리치 팬' 부처氏는 왜 첼시전 패배에도 희망을 품게 되었나

[풋볼리스트] 루크 부처(컬럼니스트)= ‘나의 팀’ 노리치 시티가 지난 주말 EPL 3라운드에서 첼시에 2-3으로 석패하며 프랭크 램파드 감독에게 리그 첫 승리를 선물했다. 패하긴 했지만 작은 위안을 얻은 경기였다. 21세 이하 잉글랜드 선수 두 명이 첼시 경기에서 골을 넣은 것은 1992년 이후 처음이었다. 첼시가 잉글랜드 국적 유망주 여러 명을 1군에 합류시킨 것은 지난 수 년 동안 처음있는 일이기도 했다. 메이슨 마운트와 타미 아브라함은 향후 세계 축구계에 몰아칠 잉글랜드 축구 뉴웨이브의 일부에 해당한다.

영국인인 내가 한국에서 자기 소개를 할 때 사람들이 가장 먼저 건네는 이야기는 단연 축구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나에게 ‘잉글랜드가 축구를 잘한다'며 제라드, 램파드, 베컴 같은 자신들이 좋아하는 레전드 선수들의 이름을 꺼낸다. 아이러니한 것은 내가 태어난 뒤 잉글랜드 축구는 국제 무대에서 한국보다 나을 게 없는 성적을 거뒀다는 점이다. 예를 들어, 한국과 잉글랜드는 2002년 월드컵부터 2014년 월드컵까지 본선에서 나란히 5승을 거뒀을 뿐이다. CIES 축구연구소에 따르면, 2009-2017년 사이 EPL에서 뛰었던 모든 선수들 가운데 '홈그로운 선수'(잉글랜드에서 유스 출신 선수)의 비율은 14.1%에 불과했다. EPL의 성공에도 불구하고, 잉글랜드 출신 선수들의 실력은 빅 클럽에서 뛰기에 역부족이었다는 것을 보여준다.

그랬던 잉글랜드 선수들이 마침내 부활하고 있다. 이번 시즌 EPL 1라운드에서는 2010/11시즌 이후 가장 많은 잉글랜드 출신 선수들이(220명 중 83명) 선발로 출전했다. 셰필드 유나이티드는 2012년 이후 처음으로 2경기 연속 잉글랜드와 아일랜드 출신 선수들로만 선발 라인업을 꾸린 팀이었다. 물론 출전선수의 숫자보다는 기량이 중요하다. 지난 1라운드 출전 선수 명단을 보면, 빅6팀에서만 잉글랜드 국적 선수가 22명 선발로 나섰는데, 이것은 2007년 이후 가장 많은 수치였다. 2018 러시아 월드컵에서 잉글랜드는 4강에 진출했는데 이것은 1990년 이후 처음 있는 일이었다. 지금 이 순간, 잉글랜드 선수들의 기량이 되살아나고 있는 셈이다.

이러한 발전의 원인을 찾으려면 2012년으로 거슬러 올라가야 한다. EPL의 세계적인 성공에도 불구하고 잉글랜드 축구는 위기에 처해 있었다. 월드컵에서의 부진이 반복됐고 외국인 선수들의 유입은 젊은 잉글랜드 선수들이 1군에서 뛸 기회를 가로막았다. 그리고 마침내 영국축구협회는 대책을 내놓았다. 이것이 바로 잉글랜드 축구에 새로운 혁명을 불어넣은 ‘엘리트 플레이어 퍼포먼스 계획(Elite Performance Plan, 이하 EPPP)’이다.

이게 얼마나 중요한 변화의 순간이었는지에 대한 여러분의 이해를 돕기 위해 내가 어렸을 때 했던 경험을 들려주고 싶다. 내가 10살 즈음 되었을 때부터 내가 속한 동네 축구팀은 이미 성인 규격 경기장에서 경기를 했고, 마치 프로 축구처럼 8월말에 시즌을 시작해 5월까지 진행했다. 쉽지는 않았다. 이 나이 대의 선수들이 성인 규격 경기장에서 뛴다면 또래들보다 빠르고 강한 체력을 가진 선수가 훨씬 더 유리할 수 밖에 없다. 게다가 (영국 날씨에 대해 익숙하다면 잘 알겠지만) 비가 자주 오기까지 하니 빗속에서 볼을 가능한 멀리 차는 축구가 더 효과적이었다. 강하고 빠른 스트라이커를 보유한 팀이 항상 이겼으며, 선수와 코치, 부모 모두 이기는 데에 집착했다. 선수의 기술이나 기량의 발전은 별로 없었기 때문에, 잉글랜드에는 강하고 체격이 큰 선수, 체력이 좋고 롱 패스를 잘하는 미드필더가 유독 많았다.

또한, 선수가 프로팀 유스 아카데미와 계약하는 데에도 제한이 있었는데, 이른바 '90분 규칙(90 minute-rule)'이라고 불리는 것이었다. ‘90분 규칙’은 당신이 18세 미만이라면 부모님의 집에서 이동 시간 90분 거리 이내에 있는 아카데미에만 들어갈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다른 아카데미와 계약하고 싶다면 가족 전체가 먼저 그 아카데미의 '통학 범위 지역(catchment area)'으로 이사해야 했다.

지금은 완전히 바뀌었다. 유스 선수들의 발전을 위해서, 코칭에 네 가지 기본적인 변화를 도입했다. 첫째 U-10까지는 ‘파이브 어사이드’(5명씩 팀을 이뤄 하는 축구)를, U-11과 U-12는 ‘뭉쳐야 찬다’와 같은 ‘나인 어사이드’(9명씩 팀을 이뤄 하는 축구) 경기방식을 의무화했다. 둘째, 코치들은 유스선수의 기량을 개발하기 위해 더 많은 시간을 할애하도록 훈련을 받았다. 셋째, 아카데미 대회를 5개월로 단축하여 경쟁을 줄이고 코칭 시간을 늘렸다. 마지막으로 부모와 코치들은 ‘모든 대가를 치른 우승’은 지양하도록 교육받는다.

그 결과 잉글랜드 출신 선수들의 기량에 큰 변화가 생겼다. 전반적으로 짧은 패싱 축구에 더 편안하게 플레이할 수 있게 되었으며, 개인 기량도 크게 발전했다.. 예를 들어 첼시의 허드슨-오데이, 아스널의 조 윌록, 맨 시티의 필 포든 같은 선수들은 어린 나이부터 EPPP 시스템을 통해 성장한 첫 번째 세대의 선수들이다.

EPPP에서 가장 논란이 되는 부분은 축구 아카데미의 운영방식이다. 2012년 이후로 각 클럽은 아카데미 규모와 훈련시설, 코치 수 등을 기준으로 4개 티어(Tier)로 나뉘어 진다. ‘티어1 아카데미’(Tier 1 Academy, 현재 24개)의 경우에는 거주지에 상관없이 18세 미만의 어떤 선수와도 계약이 가능하다. 이것이 논란이 되는 이유는 이 정책이 ‘티어1 아카데미’를 보유한 빅클럽에만 혜택을 주기 때문이다. 빅클럽들은 우수한 유스 선수를 계약하기 더 수월해지고, 2부리그 미만 클럽들은 좋은 선수들을 영입하지 못해 중요한 투자 자원을 확보하지 못하게 된다. 실제로 2012년 이후 3부와 4부 리그는 아카데미 운영을 중지했다.

그러나 현실적으로 보면, 이러한 변화는 필수적이었다고 생각한다. 현대 축구에서 엘리트 레벨에 도달하기 위해서는 어린 나이부터 최고의 코칭과 훈련을 받아야 한다. 선수들의 기량은 굉장히 높기에 제이미 바디와 같이 늦은 나이에 프로 선수가 되는 경우는 점점 찾기 힘들다. EPPP의 도입으로 클럽은 아카데미가 높은 수준을 유지할 수 있도록 더 많은 지원을 한다. 어느 정도는 유스 축구를 불공평하게 만든 변화이지만, EPPP를 통해 프랑스, 스페인, 독일과 견줄 수 있는 레벨의 잉글랜드 선수들이 탄생하고 있다.

결론적으로 지난 주말 노리치의 패배로 실망이 컸음에도 불구하고, 잉글랜드 축구에 대한 나의 희망은 점점 커지고 있다. EPL 팀에서 더 많은 잉글랜드 선수들이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 ‘한류’ 대신 축구 ‘잉류’ (English Wave)의 시대가 오고 있는 것이다! 가까운 미래에 누군가 ‘잉글랜드가 축구를 잘해'라고 말하면, 나 역시 자신있게 '그래, 맞아(yes! that’s right!)' 라고 대답할 수 있는 날이 온다면 참 좋겠다.

* 컬럼니스트 루크 부처는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근무하는 영국인이다. 2009년 한국에 처음 도착해 지금은 8년차 서울시민으로 살고 있다. 태어날 때부터 30년 넘게 노리치 시티 팬이며, 현재 노리치 팬진에도 글을 쓰고 있다.

루크 부처 ceo@footballist.co.kr

<저작권자 © 풋볼리스트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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