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풋볼리스트=인천] 유지선 기자= 서로의 장점을 알고도 막지 못했다. 그 결과 세 골씩 주고 받는 골 잔치가 벌어졌다.

1일 인천축구전용경기장에서 인천유나이티드와 울산현대의 ‘하나원큐 K리그1 2019’ 28라운드 경기가 펼쳐졌다. 자칫하면 뻔한 결말이 될 수 있었던 선두 팀과 최하위 팀의 맞대결은 모두의 예상을 깨고, 난타전 끝에 3-3 무승부로 마무리됐다.

유상철 감독은 경기 전 울산의 두 가지를 경계했다. 박용우를 통한 빌드업과 측면을 활용한 공격이었다. “울산의 측면을 조심해야 한다”고 운을 뗀 유 감독은 “울산은 측면 자원들이 항상 카운트어택을 할 준비를 하고 있다. 그에 대한 대처를 잘 해야 한다”며 측면을 이날 경기의 승부처로 꼽았다. “박용우를 활용한 빌드업을 마음껏 하지 못하도록 지언학을 선발로 내보냈다”는 말도 덧붙였다.

인천이 제출한 공식 포메이션은 4-4-2였지만, 실제로 그라운드 위에선 4-2-3-1에 가깝게 움직였다. 무고사와 투톱에 배치됐던 지언학이 2선 중앙으로 깊숙이 내려와 1차 저지선 역할을 한 것이다. 지언학은 폭넓은 움직임을 가져가면서 박용우가 공을 잡고 빌드업을 시도하려는 것을 적극적으로 방해했다.

그러나 울산의 측면 공격에는 속수무책으로 당하고 말았다. 이날 경기서 울산이 기록한 3골은 모두 측면에서 올라온 크로스에서 시작됐다. 전반 41분 김인성이 빠른 발을 활용해 오른쪽 측면으로 치고 들어간 뒤 마무리한 크로스를 주니오가 헤딩 슈팅으로 연결해 선제골을 나왔고, 후반 8분에는 오른쪽 측면을 파고든 김태환의 크로스를 주니오가 악착같이 슈팅해 추가골을 만들었다.

후반 44분에 나온 울산의 세 번째 골도 측면에서 시작됐다. 김보경과 패스를 주고받은 신진호가 측면에서 문전으로 한 번에 크로스를 올렸고, 이것을 이근호가 헤딩 슈팅으로 연결해 인천의 골망을 흔들었다. 측면에서 울산의 위협적이 공격이 시작된다는 것을 알고도 막지 못한 것이다.

상대의 장점을 알고도 막지 못한 건 울산도 마찬가지였다. 매 시즌 생존경쟁을 펼치고 있는 인천은 그동안 후반기가 되면 거짓말처럼 상승곡선을 그렸다. 경기 막판까지 마지막 힘을 쥐어짜면서 상대를 괴롭히는 것도 인천의 특징이다. 울산의 김도훈 감독도 인천의 그런 특성을 경계했다. 경기 전 취재진과 만난 김 감독은 “선두와 최하위의 경기지만, 인천은 상대하기 쉽지 않은 팀이다. 항상 어려운 경기가 됐었다”고 곱씹었다.

그러나 우려가 현실이 되고 말았다. 울산은 후반 초반까지 주니오의 멀티골로 앞서갔지만, 후반 중반 이후부터 상황이 달라졌다. 인천은 후반 21분과 후반 42분 무고사 잇달아 울산의 골망을 흔들면서 승부를 원점으로 돌렸고, 울산이 이근호의 골로 다시 3-2로 앞서갔지만 후반 추가시간 무고사가 인천의 세 번째 골을 터뜨리면서 극적인 무승부를 만들었다.

이근호의 골로 승리를 확신하던 울산으로선 힘이 쭉 빠지는 순간이었다. 김 감독도 경기 종료 후 “오늘 경기의 무승부는 패한 것과 마찬가지”라며 진한 아쉬움을 내비쳤다. 

상대의 가장 위협적인 무기가 무엇인지 알고도 당할 수밖에 없었던 인천과 울산, 그로인해 90분 내내 손에 땀을 쥐게 하는 명승부가 탄생했다.

사진= 한국프로축구연맹

관련기사

저작권자 © 풋볼리스트(FOOTBALLIST)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