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풋볼리스트=인천공항] 유지선 기자= “편한 마음으로 대표팀에 합류한 것은 아니다. 내가 어떻게 해야 팀에 도움이 될지 많이 고민하고 있다.” (상하이선화 김신욱)

파울루 벤투 감독이 부임한 뒤 대표팀에 처음 호출을 받은 김신욱이 기대 반 걱정 반의 심정으로 벤투호에 합류했다. 새로운 환경 속에서 자신의 능력을 증명해보여야 하는 만큼 부담도 상당하다. 김신욱도 터키 이스탄불로 떠나기 전 인천공항에서 가진 인터뷰에서 “편한 마음은 아니다”라고 솔직한 마음을 털어놓았다.

벤투 감독은 처음 선발한 선수에게 많은 출전 시간을 부여하는 스타일이 아니다. 대표팀 발탁이 곧 경기 출전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라는 이야기다. 기존 선수 위주로 플랜A를 가져가고, 그 안에서 하나 둘 변화를 시도하는 편이다. 훈련을 통해 신입생을 꾸준히 점검한 뒤, 자신의 전술을 잘 소화할 수 있을 것이란 확신이 섰을 때 기회를 준다.

그러나 김신욱의 경우는 조금 다르다. 애초에 플랜B를 마련하기 위해 이뤄진 발탁이기 때문이다. 장기간 지켜보면서 기용을 고민하기 보다는, 최대한 빠른 시간 안에 실전 무대에 투입해 효과를 보기 위한 발탁에 가깝다. 벤투 감독은 월드컵 아시아 지역예선을 앞둔 현 시점을 두고 “김신욱을 뽑을 적기”라고 거듭 강조했다.

벤투 감독에게도, 김신욱에게도 도전이다. 벤투 감독 입장에서는 자신이 선호하던 전술에서 벗어나 김신욱의 장점을 극대화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아야 하고, 김신욱 역시 자신의 위주로 짜여있는 전술이 아니라 팀 전술에 좀 더 녹아들어야 한다.

김신욱도 “나는 전술에 따라 장단점이 분명하게 드러나는 선수”라면서 “그러나 대표팀은 개인에 따라 움직이는 곳이 아니다. 내가 대표팀의 틀에 맞출 것”이라며 변화가 필수라고 강조했다. 극복해야 할 변수들도 있다. 낯선 환경에서 경기가 치러지고, 장거리 이동과 시차로 인한 피로를 무시할 수 없다. 함께 손발을 맞춰볼 시간도 일주일 남짓으로 짧다,

그러나 김신욱의 뒤에는 든든한 조력자들이 있다. 날카로운 발끝을 자랑하는 풀백들이다. 전북에서 호흡을 맞췄던 좌우 풀백 이용과 김진수가 있고, 홍철과 김태환도 김신욱에게 힘을 실어줄 수 있다. 

김신욱의 제공권을 활용하기 위해선 문전으로 향하는 양질의 크로스가 필수인데, 이용과 김진수 모두 이 부문에서 올 시즌 K리그 상위권을 차지하고 있다. 28라운드까지의 기록을 살펴보면, 이용의 경기당 크로스 성공 횟수가 3.9회로 K리그1을 통틀어 1위를 차지했고, 김진수는 경기당 2.7회로 7위를 기록했다.

특히 이용은 김신욱과 울산현대에 이어 전북에서도 한솥밥을 먹으며 오랜 기간 호흡을 맞췄다. 김신욱이 과거 인터뷰에서 “울산 시절 한 시즌에 4골 이상은 (이)용이 형 크로스로 만들어졌다”고 언급했을 정도다. 경기당 크로스 성공 항목에서 각각 2위와 5위에 이름을 올린 홍철(3.4회)과 김태환(2.9회)의 크로스도 김신욱에게 큰 힘이 될 것으로 보인다.

여기에 최근 중국 슈퍼리그에서 보여주고 있는 김신욱의 폭발력까지 더해진다면 금상첨화다. 김신욱은 최강희 감독의 부름을 받아 상하이선화로 이적한 뒤 놀라운 행보를 보이고 있다. 이적 후 치른 6경기에 8골을 몰아쳤고, 중국 현지 언론은 아시아의 즐라탄 이브라히모비치라고 부르며 김신욱의 활약에 감탄했다.

이용과 김진수를 다시 만나는 건 김신욱의 제공권을 더욱 극대화할 수 있는 기폭제다. 상하이선화의 동료 풀백들은 이용, 김진수만큼의 크로스를 제공하지 못하고 있다. 김신욱이 이에 대해 아쉬움을 표하기도 했다.

김신욱의 말처럼 쉽지 않은 도전인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든든한 조력자들이 있는 만큼 전혀 불가능한 도전도 아니다. 

사진= 한국프로축구연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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