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풋볼리스트] 김정용 기자= 남자 축구대표팀이 ‘2022 카타르월드컵’으로 가는 여정을 시작한다. 월드컵까지 약 3년이 남은 가운데, 한국이 경기력 개선을 위해 풀어야 할 숙제 중 하나는 손흥민이 플레이메이커 역할을 그만 하게 만들어주는 것이다.

한국은 5일 저녁 10시 30분(한국시간) 터키 이스탄불에서 조지아와 친선경기를 갖는다. 경기 후 투르크메니스탄의 아슈하바트로 이동해 10일 아시아 2차 예선 1차전을 치른다. 조지아전은 월드컵 예선 전 마지막 담금질 기회다.

한국 해외파 공격진은 대체로 좋은 컨디션을 유지한 채 대표팀에 합류했다. 마침 평가전 장소가 유럽이다. 이동에 대한 부담이 적다. 유럽 리그가 개막한 지 얼마 안 됐기 때문에 실전 감각은 찾았고, 체력은 최상인 시기다. 손흥민은 소속팀 토트넘홋스퍼에서 2경기를 선발로 뛰고 왔다. 이재성, 황의조, 황희찬 등 손흥민과 함께 공격진을 구성할 멤버들은 이미 골 맛을 봤다.

아직 손흥민의 완벽한 활용법을 찾지 못한 대표팀으로서는 매 경기 조금씩 다른 실험과 주문을 통해 개선방안을 찾아가고 있다. 손흥민은 유럽 빅 리그에서 매 시즌 10골 이상 넣을 수 있는 특급 득점원이지만 대표팀에서는 그만큼 많은 골을 넣지 못했다. 대표팀 통산 성적은 81경기 24득점이지만 최근 득점력이 오히려 떨어졌다. 파울루 벤투 감독 부임 이후 11경기에서 단 1골에 그쳤다.

벤투 감독은 손흥민의 활용법을 찾기 위해 많은 고민을 해 왔다. 해답은 이미 대강 나와 있다. 손흥민의 과거 경기를 보면 왼쪽 윙어, 또는 투톱 중 한 명을 맡는 것이 가장 자연스럽다. 이 위치에서 수비 부담을 줄여주고, 킥력이 탁월한 손흥민의 특징에 맞게 페널티 지역 언저리에서 수비 방해 없이 슛 할 수 있는 상황을 많이 만들어주면 된다.

손흥민 자신의 플레이 성향을 바꿀 필요도 있다. 손흥민은 지난해 열린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 즈음부터 스스로 공을 잡고 동료들을 지휘하려는 성향을 많이 보였다. 손흥민은 드리블 돌파 능력과 기본기, 패스의 정확도 측면에서도 대표팀 최고 선수다. 그러나 중앙 미드필더보다는 공격수나 윙어로 성장해 왔기 때문에 패스의 타이밍을 파악하는 능력과 패스 경로를 찾아내는 능력은 다른 장점들에 비해 미흡하다.

손흥민의 패스가 빛을 발하는 건 옆에서 다른 플레이메이커가 두뇌 역할을 대신 해 줬을 때다. 토트넘에서도 크리스티안 에릭센, 델리 알리 등 플레이메이커 성향의 미드필더가 옆에서 도와줄 때 경기 효율이 급격하게 올라가는 모습을 보인다.

대표팀 사정을 잘 아는 관계자들은 ‘손흥민이 대표팀에 오면 토트넘 때와 다른 플레이를 하려 한다. 전술적으로 받쳐주지 못해 생기는 문제라기보다 언젠가부터 과도한 책임감 때문에 그런 성향이 생겼다’고 말한다. 대표 출신 해설위원 등 외부에서 보기에도 ‘손흥민이 대표팀에서 과도한 부담감을 버리고 편하게 뛰어야 오히려 경기력이 잘 나올 것’이라는 분석이 잦았다.

2차 예선에서 손흥민의 득점력이 살아날 수도 있지만, 근본적인 해결책 때문이 아니라면 섣부른 낙관을 경계해야 한다. 손흥민은 지난 ‘2018 러시아월드컵’ 2차 예선에서 4경기 6골을 몰아쳤다. 반면 울리 슈틸리케 당시 감독이 위기에 빠졌던 최종 예선에서는 8경기 1골에 그쳤다. 당장 조지아와 투르크메니스탄 상대로 골을 넣을 가능성은 충분하지만, 그 골이 대표팀 구조 개선 덕분인지, 아니면 그저 상대가 약한 덕분이었는지는 분석이 필요하다.

사진= 대한축구협회 제공

관련기사

저작권자 © 풋볼리스트(FOOTBALLIST)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