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풋볼리스트] '축구 종가' 잉글랜드의 축구는 특별하다. 프리미어리그(EPL)는 경기가 펼쳐지지 않는 순간에도 전 세계의 이목을 끈다. 그라운드 안팎에서 풍성한 이야기들이 쏟아져 나온다. 2019/2020 시즌도 마찬가지다. 그래서 더 재미있다. 'Football1st'가 종가의 이슈를 챙긴다. 가장 빠르고 가장 특별하게. <편집자 주>

맨체스터유나이티드는 다비드 데헤아가 막아줘야 하는 팀이 된지 오래다. 데헤아의 재계약은 한 선수를 붙잡은 것 이상의 의미가 있다.

기존 계약은 이번 시즌을 끝으로 종료되지만, 새로운 계약기간은 2023년까지다. 또한 연봉이 큰 폭으로 상승했다. 주급 37만 5,000파운드(약 5억 5,300만 원)로 알려져 있는데, ‘데일리메일’ 등 현지 매체에 따르면 골키퍼 역사상 최고 금액이다. 티보 쿠르투아(레알마드리드), 케파 아리사발라가(첼시), 마누엘 노이어(바이에른뮌헨)의 연봉을 뛰어넘었다. 또한 현재 맨유 선수 중 최고 연봉을 받게 됐다. 기존 최고 연봉을 수령해 온 알렉시스 산체스는 인테르밀란으로 임대된 상태다.

계약 규모가 크다는 건 데헤아의 이적 가능성이 그만큼 낮다는 뜻도 된다. 원래 데헤아는 이적 가능성이 높은 선수로 분류됐다. 그러나 이번 재계약을 통해 연봉이 크게 상승하면서, 데헤아를 영입하는 팀은 그 이상의 연봉을 제시해야 한다는 부담을 안게 됐다. 계약기간이 많이 남았기 때문에 이적료도 높을 것으로 보인다. 데헤아 영입에 사활을 건 구단이 나타나지 않는다면 맨유에서 오래 뛸 것이 유력해졌다.

데헤아는 의심의 여지없는 세계 최고 골키퍼 중 한 명이다. 데헤아는 2011년부터 잉글리시프리미어리그(EPL)에서 뛰었다. 8시즌이 조금 넘는 기간 동안 무실점 경기를 102회 달성하며 이 시기 최고 골키퍼로 자리 잡았다.

맨유에서 그동안 많은 공을 세웠다. 중간에 팀을 떠났던 폴 포그바, 제시 린가드 등 유소년팀 출신 선수들을 제외하면 1군에서 가장 근속년수가 긴 최고참이다. 다음 시즌부터 애슐리 영의 뒤를 이어 주장 완장을 찰 가능성이 높다. 데헤아는 EPL 1회, FA컵 1회, 유럽축구연맹(UEFA) 유로파리그 1회 등 총 7개 트로피를 따냈다.

그러나 지난 시즌의 부진은 떨쳐내야 한다. 지난 시즌 맨유는 EPL에서 54실점을 기록했다. EPL이 출범한 1992/1993시즌 이래 맨유가 가장 많은 골을 내준 시즌이다. 데헤아는 당시 무실점 경기를 단 7회 기록하며 예년보다 부진한 모습을 보였다. 2017/2018시즌 무실점 경기 18회로 EPL 골든글러브를 수상했기 때문에 데헤아의 부진은 더 대조적이었다. 데헤아의 압도적인 선방 능력 덕분에 겨우 성적을 유지해 온 맨유는 골문까지 흔들리자 성적을 유지할 수 없었다.

사정을 더 살펴보면 지난 시즌 데헤아의 기록 하락을 본인 책임으로 돌리기엔 다소 무리가 따른다. 데헤아는 지난 시즌 전경기 풀타임을 소화했는데, 맨유에서는 처음이었다. 또한 경기당 선방은 3.2회로 2011/2012시즌에 이어 맨유 이적 후 두 번째로 많았고, 총 선방 횟수로 집계하면 무려 120회로 맨유에서 최고 기록을 남겼다. 데헤아는 평소보다 더 많은 슛을 막아냈는데도 실점이 증가했다.

맨유는 수비 문제가 심각하다는 걸 인식하고 이적시장에서 해리 맥과이어, 애런 완-비사카 등 수비수 두 명 영입에 거액을 투자했다. 반면 공격수 영입은 없었고, 미드필더 영입은 다니엘 제임스 한 명에 그쳤다. 그만큼 수비를 중시하며 시즌을 시작했다. 매 경기 탄탄한 건 아니지만, 5라운드까지 4실점으로 최소실점을 기록하며 그럭저럭 개선의 여지를 보이고 있다.

맨유 공격진은 구단 명성에 어울리는 파괴력을 갖지 못했다. 결국 이번 시즌 성적의 핵심은 수비다. 데헤아의 재계약은 다른 선수 여러 명과 맞먹는 의미가 있다. 아직 29세에 불과한 데헤아는 앞으로도 오랜 기간 동안 맨유 문전을 지킬 수 있는 선수다.

글= 김정용 기자

사진= 맨체스터유나이티드 공식 홈페이지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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