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풋볼리스트]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UCL)의 별칭은 별들의 전쟁이다. 국가대표 레벨에서 최고의 대회가 월드컵이라면, 클럽 레벨에서 최고 수준의 경기를 볼 수 있는 무대는 UCL이다. 현대 축구의 발전사를 확인할 수 있는 최고의 무대, 'Football1st'가 2019/2020 UCL의 진수를 더 깊이 들여다본다. <편집자 주>

올림피아코스 원정은 어려운 경기다. 그러나 토트넘홋스퍼가 꼬리를 말고 웅크려야 할 정도로 어렵지는 않다.

19일(한국시간) 그리스의 아테네에 위치한 카라이스카키 스타디움에서 ‘2019/2020 유럽축구연맹 챔피언스리그(UCL)’ B조 첫 경기를 가진 올림피아코스와 토트넘이 2-2 무승부를 거뒀다.

초반부터 완벽하게 주도권을 잡은 팀은 뜻밖에 올림피아코스였다. 올림피아코스는 2차 예선부터 힘겹게 본선까지 올라온 팀이다. 전력상 명백한 약체로 보였다. 아테네 시민들의 열광적인 응원을 받기에 홈에서만큼은 강한 편이지만 토트넘이 지레 겁먹고 경기 운영을 할 정도로 무서운 팀은 아니었다.

토트넘은 초반 주도권을 완전히 내줬다. 초반 올림피아코스가 슛을 5회 시도하고, 그 중 하나가 골대에 맞을 때까지 토트넘은 한 번도 슛을 하지 못했다. 전반 슛 기록은 올림피아코스 11회, 토트넘 3회였다. 올림피아코스가 완전히 장악한 경기였다.

토트넘이 패배를 면한 건 소극적인 운영 속에서 공격진의 개인 기량이 딱 두 번 빛났기 때문이었다. 해리 케인이 드리블로 페널티킥을 얻어낸 뒤 직접 득점했다. 루카스 모우라가 기습적인 드리블과 정리 동작에 이어 추가골을 터뜨렸다. 그러나 골이 들어간 뒤에도 토트넘은 경기 양상을 바꾸지 못했다.

올림피아코스는 프랑스 대표 출신 플레이메이커 마티외 발부에나의 맹활약을 바탕으로 더 효율적인 공격을 전개했다. 발부에나는 중앙 공격형 미드필더로 출장한 뒤 좌우 측면을 활발하게 오가며 숫자 싸움을 돕는 플레이가 특기다. 전성기 때 보여주던 특기가 35세인 지금도 여전했다. 발부에나는 다니엘 포덴세의 추격골을 어시스트했고, 직접 얻어낸 페널티킥을 차 넣으며 동점골을 터뜨렸다.

마우리시오 포체티노 토트넘 감독은 이 경기에 확실한 구상을 들고 나오지 않은 것처럼 보였다. 토트넘은 전방 압박을 하는 것도, 웅크렸다가 역습을 노리는 것도 아니었다. 공격 가담 숫자를 줄이고 수비 숫자를 늘리긴 했지만 그리 탄탄한 수비벽을 쳐 놓지도 못했다.

토트넘이 제대로 공격을 전개하기에는 중원과 풀백의 경기력 문제가 심각했다. 원래 센터백인 다빈손 산체스는 이날도 라이트백으로 배치돼 전혀 공격에 도움을 주지 못했다. 최근 측면을 통한 빌드업은 강팀의 필수 플레이지만, 산체스의 패스 성공률(81%)은 물론 레프트백 벤 데이비스(84%)조차 토트넘의 팀 평균(88%) 이하였다.

해리 윙크스가 여전히 주연보다 조연이 어울리는 수준의 경기력에 머물러 있는 가운데, 탕귀 은돔벨레는 여전히 기대에 부응하지 못하는 경기력이었다. 은돔벨레를 빼고 무사 시소코를 투입해 봤으나 경기력이 전혀 상승하지 않았다. 이날 토트넘의 키 패스(동료의 슛으로 이어진 패스)는 단 6회였는데 그중 3회를 크리스티안 에릭센 혼자 기록했다. 나머지 미드필더 중에서는 은돔벨레가 단 1회를 기록한 것이 전부였다.

공격진의 개인기에 의존하는 수준의 공격 전술로는 UCL에서 좋은 성과를 내기 힘들다. 토트넘은 지난 시즌 준우승팀이지만 이번 시즌 첫 경기의 내용은 기대 이하였다.

글= 김정용 기자

사진= 게티이미지코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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