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풋볼리스트] 김정용 기자= K리그는 축구를 넘어 모든 종목의 생활체육을 시민들에게 제공하고, 건강한 삶을 돕는 역할까지 모색하고 있다.

한국은 생활체육이 잘 뿌리내리지 못했다는 지적을 받아 왔다. 한국의 생활체육 참여율은 62.2%(2018년 실태조사)다. 2010년대 초반의 40%대에 비해 많이 향상됐지만, 여전히 일본의 74.4%, 스웨덴의 94.0% 등 다른 선진국의 참여율에 비해 떨어지는 편이다.

종합형 스포츠클럽은 다양한 나이, 다양한 계층의 지역 주민들에게 생활체육 기회를 제공하는 단체다. 생활체육 프로그램과 지도자를 제공하는 것이 주된 역할이며, 개방형 비영리법인 형태를 띤다. 과거 문화체육관광부의 종합형 스포츠클럽 관련 사업은 성공적으로 뿌리내리지 못했다. 2013년부터 대한체육회가 ‘스포츠클럽’을 전개해 현재 전국에 89개가 설립되도록 유도했다.

프로연맹은 K리그 구단이 각 지역의 생활체육 거점이 되기에 적합하다고 보고 종합형 스포츠클럽의 장점을 연구, 전파 중이라고 밝혔다. 종합형 스포츠클럽의 가장 중요한 요건인 장소가 이미 확보돼 있기 때문이다. K리그 구단 중 11개 팀은 연고지의 종합경기장을 홈구장으로 쓰고 있다. 이미 지역 주민들이 K리그 경기장에 딸려 있는 생활체육 시설을 이용하는 경우도 있다.

K리그 구단이 홈구장에 인접한 체육관, 야구장, 하키장, 아이스링크 등의 시설을 지자체로부터 운영 위탁받아 다양한 종목의 회원제 클럽을 개설한다면, 전문 강사를 초빙하고 회원들에게 양질의 스포츠 관련 서비스를 제공하기에 용이하다. K리그 구단들은 이미 산하 유소년 클럽을 운영하고 있기 때문에 관련 경험이 많다.

프로연맹은 K리그가 다양한 종목의 생활체육에 적극적으로 뛰어들면 시민들의 건강에 도움이 될 거라고 기대하고 있다. 관계자는 “지역 주민들의 생활체육 참여도를 높이는 데 K리그가 도움을 줄 수 있다. K리그는 각급 유소년 팀을 경영한 노하우가 있다. 또한 K리그 경기와 구단을 생활체육 홍보의 장으로 쓸 수 있다. 우리 동네 배드민턴 강습, 탁구 강습이 어디서 운영되는지 축구장을 통해 자연스럽게 전파시킬 수 있다”고 설명했다.

해외 구단은 이미 프로 축구팀을 넘어 지역 생활체육의 거점인 경우가 많다. 일본은 쇼난벨마레의 사례가 대표적이다. 쇼난은 과거 기업구단이었으나 1999년 시민구단으로 재탄생했다. 이때부터 성적 우선이 아닌, 지역사회와 공존할 방안을 먼저 강구했다. 2002년 종합형 스포츠클럽을 위한 비영리법인을 따로 설립했다. ‘쇼난벨마레 스포츠클럽’은 U15 이하 축구팀을 운영하는 동시에 비치발리볼, 트라이에슬론, 소프트볼, 사이클 등의 엘리트 팀을 운영한다. 또한 다양한 종목의 취미반을 운영하고 지역 순회지도 역시 진행한다. 비영리법인이므로 정부와 지자체의 보조금을 받는다.

쇼난은 축구뿐 아니라 다양한 종목을 통해 지역 시민들과 공생했고, 그 결과 관중도 올랐다. 종합형 스포츠클럽을 시작하기 전 평균관중 4,500명 수준에서 2009년 6,500명 수준으로 증가했다.

유럽에서는 흔한 형태다. 독일의 바이에른뮌헨(농구, 볼링, 체조, 핸드볼 등)과 보루시아도르트문트(핸드볼, 탁구), 스페인의 바르셀로나(농구, 배구, 레슬링), 터키와 포르투갈의 여러 명문팀 등이 축구뿐 아니라 다양한 종목의 스포츠 클럽을 운영하고 있다. 최근에는 E스포츠 팀까지 딸려있는 경우가 많다. 구단명에 FC(풋볼 클럽)가 아니라 SC(스포츠 클럽)이라는 약자가 붙어 있는 경우 대부분 종합형 스포츠클럽 형태다.

프로연맹 관계자는 “종합형 스포츠클럽은 연고지 주민들에게 다가갈 수 있는 최고의 마케팅”이라고 설명했다. 스포츠클럽으로 선정되면 3년간 연 2억 원에서 3억 원까지 지원을 받을 수 있다. 선정되려면 3종목 이상의 클럽을 운영해야 하고, 자체 시설 또는 지자체로부터 위탁받은 시설을 갖고 있으며, 구단과 별개의 비영리사단법인을 설립해야 한다.

프로연맹은 지난해부터 각 구단에 종합형 스포츠클럽 사업을 권장해 왔다. 전남드래곤즈, 부산아이파크, 대전시티즌 등 관심을 보인 구단이 많았으나 아직 실제로 신청한 구단은 없다. 규정상 신청 자격을 충족해야 하고, 이미 생활체육 사업을 진행 중인 지역 체육회 등 기존 사업자와의 관계도 정리해야 한다.

사진= 한국프로축구연맹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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