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풋볼리스트] 김정용 기자= 아스널은 잉글리시프리미어리그(EPL)보다 유럽축구연맹(UEFA) 유로파리그에서 더 좋은 모습을 보이며 선수 조합의 해법을 찾아가고 있다.

4일(한국시간) 영국의 런던에 위치한 에미레이츠 스타디움에서 ‘2019/2020 UEFA 유로파리그’ F조 2차전을 가진 아스널이 스탕다르리에주(벨기에)를 4-0으로 대파했다. 지난 1차전 장시 아인트라흐트프랑크푸르트(독일) 원정에서 3-0 대승을 거둔 아스널은 무실점 대량득점으로 2전 전승을 달렸다.

아스널의 대승을 이끈 건 EPL에서 교체투입에 그치며 아직 ‘컵대회 용’ 선수로 취급받고 있는 브라질 출신 유망주 가브리엘 마르티넬리였다. 마르티넬리는 18세에 불과한 유망주인데다 브라질 연령별 대표 경력도 없고, 심지어 브라질 시절 1부 전국리그를 뛰지도 않았다. 거액에 영입된 니콜라 페페 등 경험 많은 선수들에게 선발 자리를 내주는 것이 당연했다. 그런데 카라바오컵(리그컵) 데뷔전 2골, 유로파리그 데뷔전 2골 1도움을 기록하며 현재까지 공식전 3경기 만에 4골 1도움을 기록했다. 예상 외로 적응이 빠르다.

브라질 출신다운 기술을 갖고 있으면서도 공 처리가 간결했다. 두 번째 골의 경우 수비 사이에서 자신의 발재간으로 재빨리 공간을 만들고 슛을 날렸는데, 장황한 드리블이 아니라 최소한의 볼 터치만으로 수비의 빈틈을 만드는 효율적인 플레이였다. 다니 세바요스의 골을 어시스트할 때도 스루 패스를 받아 침투한 뒤 원터치 크로스를 날렸다.

마르티넬리는 2골 1도움뿐 아니라 동료의 슛을 이끌어낸 패스(키 패스)를 4개 더 기록했는데, 총 패스 횟수가 14회였다는 걸 감안하면 패스 세 개 중 하나는 위협적이었다는 뜻이 된다. 마르티넬리의 볼 터치 기록은 단 39회에 불과했다. 그런데 슛 7회, 키 패스 5회 등 위협적인 공격으로 마무리된 상황이 그중 14회나 됐다. 드리블 2회 시도해 모두 성공, 태클 5회 시도해 3회 성공 등 세부 기록도 대체로 좋았다. 이처럼 경기 기여도가 높았기 때문에 세부 기록에 따라 계산되는 ‘후스코어드닷컴’의 평점은 10점 만점을 받았다.

이번 시즌 주전급 레프트백으로 영입됐으나 부상으로 초반을 걸렀던 키에런 티어니 역시 아스널에서 치른 두 번째 공식전에서 맹활약했다. 티어니는 측면 공격에 큰 도움을 줬다. 높은 크로스와 땅볼 크로스를 가리지 않고 확률 높게 동료에게 전달했다. 특히 선제골 상황에서 상대 수비 한 명을 제빨리 돌파한 뒤 마르티넬리가 헤딩할 수 있게 알맞은 크로스를 올려주는 건 측면 공격의 정석과 같은 플레이였다. 이 경기 전체에서 세바요스 다음으로 오래 공을 잡고 있었으면서도(개인 점유율 7.5%) 패스 성공률 93%를 기록하면서 라이트백 엑토르 베예린(81%)보다 높은 빌드업 공헌도를 보여줬다.

또한 EPL에서 확고한 주전으로 쓰이지 않고 있는 세바요스는 드리블과 패스를 가리지 않고 다양한 방법으로 공격을 전개하고 동료의 슛을 이끌어내며 좋은 모습을 보여줬다. 아스널 데뷔골도 넣었다. 지난 시즌 아스널 최고 선수였으나 이번 시즌 초반 경기력에 기복이 있던 루카스 토레이라는 세바요스와 상호 보완적인 조합을 이뤘다. 정답을 찾았다고 하기에는 이르지만, EPL에서 쓰이지 않았던 토레이라와 세바요스의 중앙 미드필더 조합은 충분한 가능성을 보여줬다.

새로운 선수들의 맹활약과 함께 아스널이 육성한 유망주 리스 넬슨, 조 윌록 역시 각각 도움과 골을 기록하며 스탕다르를 상대로 만족스런 경기를 치렀다. 부상에서 돌아온 스타 수비수 베예린은 이날 그리 돋보이지 않았으나, 시즌 첫 선발 출장 경기에서 풀타임을 소화하며 아스널의 스쿼드를 더 풍족하게 만들었다.

유로파리그 조별리그는 비교적 난이도가 낮기 때문에 폭넓은 로테이션 시스템을 가동하며 유망주를 적극 기용할 수 있다. 지난 시즌 우승팀 첼시도 EPL에서 쓰지 않던 선수들을 유로파리그에서 먼저 기용하는 패턴을 보였다. 아스널은 유로파리그를 알차게 활용하며 전력 보강 방안을 탐구하고 있다.

사진= 게티이미지코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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