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트넘과 맨유의 몰락이 다가오는 것일까

토트넘의 부진, 어디까지 갈까

[풋볼리스트] 루크 부처 컬럼니스트 = 이른바 '빅6'의 시대는 끝났다!

지난 주말 맨유와 토트넘은 또 한 번의 뼈아픈 패배를 기록하며 슬럼프에서 헤어나오지 못했다. 2016/17 시즌, 레스터 시티가 프리미어리그 우승을 차지한 이후, 챔피언스리그 진출 티켓 싸움은 늘 '빅6' 끼리의 싸움이었다. 하지만 지금 토트넘과 맨유가 크나큰 위기에 빠져 있는 상황에서, 아스널과 첼시는 매 경기 들쭉날쭉한 경기력으로 중위권 클럽들의 추격을 허용하는 중이다. 프리미어리그의 기반이 바뀌고 있는 것이다. 

'빅6' 팀들 가운데 특히 토트넘과 맨유가 위험에 처했다는 데에는 의심의 여지가 없다. 이 두 클럽은 다음 시즌 유럽 챔피언스리그 진출권 획득이 가능할지 자신하기 어려운 상황에 이르렀다. 두 팀의 쇠퇴 속도는 놀라울 정도로 빠르다. 남은 시즌도 이런 식으로 경기한다면, 두 클럽은 'LOST 2' 즉, 강등될 두 팀이라 불러도 될 지경이다. 

올레 군나르 솔샤르 감독은 지난 3월 PSG를 꺾은 직후 정식 계약을 맺었다. 당시 솔샤르 감독은 19경기에서 무려 14승을 거둔 상태였다. 하지만 정식 감독이 된 뒤 솔샤르의 맨유는 원정 경기에서 단 한 번도 승리하지 못했을 뿐만 아니라, 16경기에서 승점 17점을 따는 데에 그치고 있다. 지난 시즌, 챔피언스리그 결승전에 진출했던 토트넘 역시 비슷하다. 토트넘은 프리미어리그 최근 20경기에서 단 22점의 승점을 얻는 데에 그쳤는데, 특히 지난 주에만 무려 10골을 실점하는 부진을 거듭했다. 우승보다는 잔류 경쟁에 더 가까운 팀의 성적이라 할만하다. 

맨유의 경우, 구단주는 국정감사에 불려나가 지난 수 년 동안의 돈 낭비에 대해 설명해야 할 정도라고 생각한다. 어떻게 3억 파운드 넘는 돈을 쓴 팀이 가진 쓸만한 원톱 공격수가 마커스 래쉬포드 밖에 없을 수가 있나? 중앙에 프레드와 맥토미니, 수비에 애슐리 영이 선발로 나오는 것도 마찬가지다. 이들은, 맨유가 인터밀란으로 임대를 보내놓고도 여전히 임금 대부분을 지급하고 있는 알렉시스 산체스보다 이름 값도 없는 선수들이다. 팬들 입장에서는 이런 상황에서 팀이 장기 계획도 갖고 있지 않다는걸 용서하기 어려울 것 같다. 
 

맨유의 추락은 어디까지일까

올 여름 이적 시장에서의 영입은 나쁘지 않았지만, 지난 주말 뉴캐슬 원정에서 본 것처럼 맨유의 문제는 매우 심각하다. 뚜렷한 전략이 없는 팀을 재정비하려면 앞으로 최소한 1년 이상의 시간이 더 걸릴 것으로 보인다. 맨유는 감독 위에 스포츠 디렉터를 두고 최소한 6개월 이상 하나의 전략을 고수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감독이 누구든 상관없이 말이다. 

토트넘의 상황도 비슷한데, 여기까지 오는 길은 달랐다. 토트넘의 가장 큰 문제는 과소비가 아닌, 최고의 선수들에게 합당한 보상을 해주지 않은 것이다. 떠나고 싶어하는 선수들을 내보내지 않은 것 역시 마찬가지다. 이 과정에서 포체티노의 저 유명했던 강력한 축구는 사라졌다. 크리스티안 에릭센은 레알 마드리드에 발 하나를 걸쳐두고 있는 것처럼 보이며, 알더베이렐트와 베르통언은 경기에 흥미가 없어 보인다. 대니 로즈가 2년 동안 팀을 떠나고 싶어했던 것은 누구나 아는 사실이다. 

포체티노 감독에 대한 비난도 적지 않지만, 이 팀에 신선한 변화가 필요한 지는 벌써 1년이 넘었다. 챔피언스리그 결승전에 진출한 것이 기적일 뿐이다. 포체티노 감독은 올 시즌이 끝나기 전에 팀을 떠날 것처럼 보이는데, 계속 우승에 도전할 팀으로 남으려면 감독보다는 선수단에 큰 개혁이 필요해 보인다. 

한편, 아스널과 첼시는 'LOST 2' 바로 앞 칸에 놓인 자리에 앉아있는 팀들이다. 두 클럽에는 흥미진진한 선수들이 속해 있고, 누구나 이길 수 있는 전력도 갖고 있다. 하지만 그러면서 코미디 같은 플레이를 펼치는 팀이기도 하다. 첼시는 공격력이 뛰어나지만 수비에 분명한 약점을 갖고 있다. 시즌 끝까지 폼을 유지할 지 불투명한 어린 선수들에 대한 의존도가 높다. 

아스널은 벵거 시대와 별 차이가 없어 보인다. 이번 경기에서는 말도 안되는 뛰어난 공격력을 선보이나 싶다가도, 다음 경기에선 혼란스럽고 어수선한 플레이를 남발한다. 토트넘과 맨유보다는 안전해 보이지만, 부상이나 출전정지 선수가 나온다면 흔들리는건 어쩔 수 없다. 

이 4팀 모두 꽤 많은 돈을 쓴 팀들이지만 그럼에도 이렇게 불안정한 선수단을 보유하고 있다는 점에서 충격적이다. 이들 입장에서 더 큰 문제는, 중위권에서 명확한 전략을 갖고 준비해 온 팀들이 금세 따라잡을 기세로 올라오고 있다는 사실이다. 예를 들어, 레스터 시티와 울버햄턴 원더러스를 보자. 경험 많은 감독과 장기 전략, 균형 잡힌 선수단을 앞세워 완벽한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프리미어리그에 넘쳐나는 큰 돈은, (상위팀만이 아닌) 중위권 팀들의 발전도 유도했고 이들이 '빅6'에 도전할 계기를 마련해주었다. 

이른바 '빅6'의 카르텔이 마침내 무너지고 있다. 스스로의 실패와 중위권 팀들의 강세로 간극이 거의 사라지고 있다. 프리미어리그 우승을 노리는 리버풀과 맨시티만이 안전 지대에 남아있지만 이마저도 장기적으론 확신할 수 없을지 모른다. 아직까지는 신선한 바람에 불과할 지 모르는 이런 변화는, 맨유와 토트넘이 빨리 정확한 판단을 내리지 않는다면 영구적인 판세 변화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에서 주목할 필요가 있다. 

* 컬럼니스트 루크 부처는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근무하는 영국인이다. 2009년 한국에 처음 도착해 지금은 8년차 서울시민으로 살고 있다. 태어날 때부터 30년 넘게 노리치 시티 팬이며, 현재 노리치 팬진에도 글을 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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