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풋볼리스트=화성] 유지선 기자= “무섭다고 느끼는 선수가 있다면, 그 선수는 북한 원정에 데려가지 않겠다”
파울루 벤투 감독이 북한 원정을 앞두고 선수들을 향해 이례적으로 따끔한 한마디를 던졌다.
10일 경기도 화성에 위치한 화성종합경기타운에서 열린 ‘2022 카타르월드컵’ 아시아 예선 H조 2차전 경기에서 한국이 스리랑카를 8-0으로 완파했다. 벤투 감독 부임 후 최다득점 기록을 세운 한국은 15일 평양의 김일성경기장으로 장소를 옮겨 북한과 예선 3차전 경기를 갖는다.
육로 및 전세기 이동이 허락되지 않은 까닭에 대표팀은 12일까지 파주 국가대표트레이닝센터(NFC)에 머물고, 13일 베이징을 경유해 14일 평양으로 간다.
현재로선 한국의 선수단을 제외한 방송사, 언론사, 응원단 등은 방북이 허락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대한축구협회는 10일 “아시아축구연맹(AFC)을 통해서도 협조 요청을 했지만, 선수단을 제외한 인원의 입국 승인은 북한축구협회의 결정 사안이 아니라는 회신을 받았다”고 밝혔다.
또한 월드컵 최종예선은 AFC가 중계권을 가지지만, 지역예선은 해당 경기를 개최하는 국가가 중계권을 가진다. 북한이 중계용 국제신호를 제작할 수 있는지, 제작 의사가 있는지도 확인되지 않았다. 최악의 경우 생중계를 볼 수 없는 상황이 발생할 수 있다.
이렇게 된다면 북한 응원단만 들어찬 경기장에서 뛰어야 하고, 여기에 경기장 내부에서 일어나는 상황을 전할 취재진도 없다. 폐쇄적인 분위기 속에 북한 원정경기를 치르게 될 가능성이 높은데, 이런 특수한 상황은 선수단에 불안감을 조성할 수도 있다. 벤투 감독도 이를 의식한 듯, 선수들을 향해 이례적으로 따끔한 한마디를 했다.
벤투 감독은 스리랑카전을 마친 뒤 기자회견에서 “북한 원정을 두고 ‘무섭다’는 표현을 하는 경우가 있더라”고 운을 떼면서 “무섭다고 느끼는 선수가 있다면, 그 선수는 북한 원정에 데려가지 않겠다. 대체발탁을 하거나, 인원이 줄어드는 것을 감수해서라도 말이다. 우리 팀에 그런 선수는 없을 거라고 생각한다”며 경고성 멘트를 남겼다.
한국과 북한의 실력 차는 분명하다. 지난달 북한과 만나 0-1로 패했던 스리랑카 대표팀의 니잠 파키르알리 감독도 “한국과 비교했을 때, 북한은 상대적으로 덜 어려운 팀이었다”며 한국이 북한보다 한수 위라고 평가했다. 인조잔디와 일방적인 응원 등 경기 외적인 요소에 흔들리지 않는다면 승리할 수 있는 경기다.
다행히 선수들은 우려와 달리, 북한 원정을 차분하게 준비하고 있다. 스리랑카전을 마친 뒤 믹스트존에서 만난 손흥민은 “소집날 이야기했듯이 경기만을 생각하고 있다. 가서 책임감 있는 모습을 보여드려야 한다”며 경기 외적인 요소는 생각하지 않겠다고 했다. 막내 이강인도 “북한 원정도 다른 경기들과 다를 것 없다. 준비를 잘해서 최고의 모습을 보여드리고, 좋은 성적을 내도록 하겠다”며 북한전 승리만을 생각하겠다고 했다. 선수들은 11일부터 12일까지 약 하루 동안 휴가를 보내며 재충전한 뒤 다시 소집돼 북한전을 준비한다.
사진= 대한축구협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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