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풋볼리스트] 김정용 기자= 손흥민의 눈물과 징계 등 토트넘홋스퍼는 위기 요인을 가득 안고 불안한 원정길에 나섰다. 막상 경기가 끝난 뒤, 츠르베나즈베즈다 원정은 이번 시즌 토트넘의 최고 경기가 됐다.

7일(한국시간) 라이코 미티크 스타디움에서 ‘2019/2020 유럽축구연맹 챔피언스리그(UCL)' B조 4차전을 치른 토트넘이 세르비아 명문 즈베즈다에 4-0으로 승리했다. 손흥민이 두 골을 넣어 유럽 통산 123골로 한국인 중 최다 기록을 세웠다.

경기 전 토트넘은 심각한 위기에 빠져 있었다. 즈베즈다 원정은 토트넘이 패배할 경우 16강 진출 확률이 극히 희박해지는 경기였지만, 서유럽 팀들 입장에서 ‘지옥의 원정’으로 유명하다. 먼 동유럽인 세르비아의 베오그라드까지 가야하는데다, 폭력에 가까운 홈 구장 분위기 때문에 극심한 압박감에 시달리곤 한다. 즈베즈다는 지난 시즌 홈에서 당시 우승팀인 리버풀도 꺾은 바 있다.

또한 해리 케인의 가벼운 부상, 손흥민의 정신적 충격으로 공격이 붕괴될 수 있다는 우려를 샀다. 케인과 손흥민은 델리 알리와 크리스티안 에릭센이 부진한 가운데 토트넘 공격진에서 믿을 만한 마지막 두 선수였다. 케인은 앞선 경기에 결장해야 했던 부상 회복 여부가 불투명했고, 손흥민은 에버턴의 안드레 고메스에게 발목 골절 부상의 계기를 제공한 태클 이후 정신적으로 무너진 듯한 모습을 노출했다. 토트넘은 손흥민읫 미리 치료를 돕는 등 즈베즈다전까지 회복시키기 위해 최선을 다한 것으로 알려졌다.

막상 경기가 시작되자 토트넘 선수들은 이번 시즌 최고 집중력으로 경기에 임했다. 경기 초반에는 그리 압도하지 못했지만 전반 34분 케인, 손흥민이 연속으로 골대를 맞힌 뒤 지오바니 로셀소가 선제골을 넣으며 경기가 잘 풀리기 시작했다. 후반 12분과 16분 손흥민이 연속골을 넣으며 토트넘의 승리를 이끌었다. 후반 40분 에릭센의 쐐기골이 터졌다.

토트넘은 시즌 첫 원정 승리를 거뒀다. 앞선 8차례 원정 경기(전대회 포함)에서 토트넘은 5무(승부차기패 포함) 3패로 무승에 그쳤다. 어렵기로 소문난 베오그라드 원정에서 대승을 거두면서 원정 부진을 털어냈다.

부진이나 부상으로 기대 이하의 시즌을 보내 온 선수들이 승리에 기여했다는 점도 고무적이다. 특히 공격형 미드필더 로셀소는 큰 기대를 받으며 영입된 뒤 무기력한 모습으로 일관해 비판을 받았지만, 이날 토트넘 소속으로 첫 선발 경기를 치러 토트넘 데뷔골을 터뜨렸다. 에릭센은 약 2개월 만에 나온 시즌 2호골로 부진 탈출의 계기를 마련했다. 이적 이후 출장 기회를 잡기 힘들었던 라이언 세세뇽도 손흥민과 교체되며 그라운드를 밟아 에릭센의 골을 도우며 첫 공격 포인트를 기록했다.

토트넘의 높은 집중력이 승리를 불렀다. 토트넘은 점유율과 패스 성공률 등 각종 지표에서 즈베즈다를 압도했을 뿐 아니라, 슛 17회 중 2회가 골대에 맞고 유효슛이 6회 나오는 등 매 슛이 집중력 높은 모습을 보였다.

앞선 에버턴전에서 토트넘의 간판스타인 손흥민이 눈물을 쏟은 건 토트넘의 고난을 완성하는 최악의 불운이 될 수도 있었다. 오히려 토트넘은 그 순간을 계기 삼아 반등하고 있다. 에버턴전 당시 손흥민의 어시스트를 받아 모처럼 골을 터뜨렸던 알리 역시 즈베즈다전에서는 손흥민에게 어시스트를 제공하며 두 경기 연속 공격 포인트를 올리며 부활의 기미를 보였다. 이 경기만큼은 토트넘이 지난 시즌 UCL 준우승팀다운 모습을 되찾았다.

사진= 게티이미지코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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