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2020 잉글리시프리미어리그(EPL) 12라운드 순위표를 보면 일종의 ‘빅 4’ 체제가 보인다. 4위 맨체스터시티와 5위 세필드유나이티드의 승점차가 8점이나 되니까. 그런데 빅 4의 면면이 좀 이상하다. 맨시티가 4위까지 떨어져 리버풀이 독주하게 내버려 두는 것도 이상하고, 2위가 레스터시티라는 것과 3위가 영입금지 징계를 받은 첼시라는 것도 이상하다. 이들이 4강을 구성하게 된 사연을 한 번 짚고 넘어가자.>

 

▲ 현재 승점 : 26점(8승 2무 2패) 3위

▲ 얼마나 좋은 성적인가 : 3위를 차지했던 지난 시즌의 12라운드보다 올 시즌(26점)은 근소하게 뒤쳐진다. 첼시는 지난 시즌 12라운드까지 무패를 달리며 8승 4무로 승점 28점을 쌓았다. 이번 시즌 개막전에서 맨체스터유나이티드에 0-4로 대패, 6라운드에서는 리버풀에 1-2로 졌지만, 최근 6경기 전승을 거두며 3위에 올랐다.

▲ 아자르 이탈과 ‘초짜 취급’ 램파드 감독, 영건으로 해결

프랭크 램파드 감독은 어수선한 분위기의 첼시 지휘봉을 잡았다. 올 시즌을 앞두고 첼시는 유소년 영입 규정 위반으로 국제축구연맹(FIFA)로부터 영입 금지 징계를 받았다. ‘에이스’ 에덴 아자르까지 레알마드리드로 이적했다. 지난 시즌 아자르는 첼시에서 16골 15도움을 기록한 주포였다. 첼시에서 프리미어리그 득점 상위 20위 안에 드는 유일한 선수였다.

램파드의 감독 경력도 의심을 받았다. 램파드 감독은 2018년 5월부터 약 1년 동안 잉글리시 챔피언십(2부리그) 소속의 더비카운티를 이끈 게 전부였다. 감독 첫 시즌에 승격 플레이오프로 견인하며 자질은 인정받았지만, 빅클럽을 이끌기에는 부족할 것이라는 예측도 있었다.

우려와 달리 첼시는 램파드 감독의 어린 선수 기용 정책으로 성공을 거두고 있다. 타미 아브라함, 메이슨 마운트, 크리스티안 풀리시치, 피카요 토모리, 칼럼 허드슨-오도이, 리스 제임스 등 20대 초반의 선수들이 기량을 뽐내고 있다. 특히 마운트와 토모리는 램파드 감독이 더비카운티에서 임대로 데리고 있었던 자원이다. 첼시 감독직에 앉으며 원 소속팀으로 복귀시켜 제대로 활용하고 있다.

첼시 공격의 주축인 아브라함은 10골로 득점 2위에 올랐다. 풀리시치(5골), 마운트(4골)도 좋은 득점력을 발휘하고 있다. 램파드 감독은 기본적으로 많은 활동량이 요구되는 전술을 쓴다. 젊은 자원이 이에 잘 어울린다. 지난 9일 크리스탈팰리스와의 12라운드에 나선 첼시 라인업의 평균 나이는 24세 88일로 프리미어리그 출범 이후 가장 어렸다.

 

▲ 임대 선수 복귀 과정에서도 확인된 감독의 정책

과거 즉시 전력감을 선호하는 경향의 첼시는 가능성을 지닌 선수들을 임대 보낼 뿐 팀의 선수로 활용하지 못했다. 케빈 더브라위너(맨체스터시티)의 경우 2012년부터 2년간 첼시 소속으로 있었지만 헹크(벨기에), 베르더 브레멘(독일)에서 임대 생활을 한 뒤 볼프스부르크(독일)를 거쳐 맨시티로 완전이적해 기량이 만개했다. 로멜루 루카쿠(인테르)도 2011년부터 3년 동안 첼시에 있었지만 웨스트브로미치와 에버턴으로 임대됐다. 모하메드 살라(리버풀) 역시 임대 생활만 하다가 AS로마 완전이적을 거쳐 리버풀에서 정상급 공격수로 우뚝 섰다. 첼시는 재능 있는 선수를 일찍 수집한 뒤 1군에서 활용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았다.

선수 기근을 겪게 된 올시즌에는 커트 주마를 비롯한 어린 선수들을 대거 복귀시킬 수밖에 없었다. 이 선수들의 재능이 터지며 이전과는 다른 상황이 전개되고 있다. 오히려 20대 중후반 주전급 선수인 빅터 모제스(페네르바체), 대니 드링크워터(번리), 티에무에 바카요코(AS모나코), 마리오 파살리치(아탈란타BC), 찰리 무손다(SBV비테세아른험) 등을 임대로 내보내며 전력에서 배제했다. 이는 램파드 감독의 어린 선수 기용 정책이 확고하다는 의미로 해석할 수 있다.

글= 허인회 수습기자

사진= 게티이미지코리아

관련기사

저작권자 © 풋볼리스트(FOOTBALLIST)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