덴마크 클럽이 가짜 선수를 영입했다며 신고한 취업사기사건의 전말

사진 : 비보르FF 제공

[풋볼리스트] 김동환 기자= 가짜 9번? 아니, 가짜 선수!

유럽 축구에서 엽기적인 취업 사기극이 벌어졌다. 유럽 클럽이 자신들이 계약한 선수가 가짜 선수라며 경찰 수사를 의뢰한 것이다. 

덴마크 퍼스트디비전(2부리그) 축구클럽 비보르FF는 지난달 네덜란드 축구 선수 베르니오 베르하겐과 입단 계약을 체결했다. 올해 스물 다섯 살인 베르하겐은 비보르 입단 전까지 칠레 리그 아우다 이탈리아노에서 뛰던 선수라고 했다.

베르하겐은 승격을 노리는 비보르가 간절한 심정으로 영입한 선수다. 현재 2부 리그 3위를 달리는 비보르는 다음 시즌 수페르리가(1부)로 승격하려면 반드시 우승을 해야 한다. 1위 바일레BK와의 승점 차가 크지 않아 충분히 도달 가능한 목표다. 다양한 경험을 갖춘 네덜란드 공격수 베르하겐의 활약이 도움을 주길 기대했을 것이다.  

하지만 비보르의 기대는 베르하겐이 첫 훈련에 참가하는 순간 산산조각이 났다. 훈련에 나선 베르하겐의 축구 실력이, 프로 선수라 하기에는 너무 부족했기 때문이다. 비보르 구단이 밝힌 내용에 따르면, 베르하겐의 축구 실력은 첫 훈련에 참여하자마자 들통이 났다고 한다. 기본기도 안 갖춰진 수준이라 선수단 내에서 논란이 일었고, 구단 관계자들은 훈련이 끝난 뒤 그의 기록을 검증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베르하겐이 뛰었다고 주장한 어떤 팀에서도 출전 흔적을 찾을 수 없었다고 한다. 

비보르 측은 여러 나라에 걸쳐 많은 사람들이 개입된 사기극이라며 분통을 터뜨렸다다. 로이터 통신은, 덴마크 경찰이 비보르 측으로부터 해당 선수의 사기, 문서 위조, 신분 세탁 등의 혐의로 수사 의뢰를 받았다고 밝혔다고 보도했다. 이 매체는 또 해당 선수가 여자친구 폭행, 강도와 목격자 협박 등의 죄목으로 현재 체포된 상태라고 보도했다. 피의자 베르하겐의 변호인 측은 이러한 혐의를 인정하지 않고 있는 상태라고 한다.

그렇다면, 비보르FF는 어떻게 이런 말도 안되는 선수를 영입했던 것일까. 관계자에 따르면, 베르하겐의 에이전트는 자신이 스텔라 그룹 소속이라 밝히며 접근을 해왔다고 한다. 스텔라 그룹은 영국의 유명 에이전트 조나단 바넷이 이끄는 선수 에이전시로 가레스 베일(레알 마드리드), 사울 니게스(아틀레티코), 루크 쇼(맨유) 등이 계약된 큰 회사다. 스텔라 그룹에서 왔다는 이 사내가 "베르하겐이 1월에 중국 클럽으로 이적할 예정인데, 그 사이 뛸 팀이 필요하다"며 접근해 왔다는 것이다.

이 사내가 내민 베르하겐의 이력서에는 몰도바(디나모-아우토), 남아공(케이프타운FC) 클럽에서의 출전 기록이 적혀 있었고 비보르 측은 별다른 의심없이 이 기록을 믿었던 모양이다. 실제로 선수 기록 전문 사이트인 트랜스퍼마르크트에는 베르하겐이 선수로 등재되어 있고 앞서 언급한 클럽들이 모두 그의 과거 소속팀으로 기재되어 있다. 

트랜스퍼마르크트의 베르하겐 선수 페이지

로이터 기자는 베르하겐이 뛴 것으로 기록된 팀들 가운데 몰도바와 남아공 팀 관계자와 연락을 취했다. 해당 기자는 몰도바 클럽 디나모의 도브로볼스키 감독이 베르하겐의 이름도 처음 듣는다고 답했으며, 케이프타운FC의 구단주 코미티스는 이렇게 말했다고 보도했다. "계약을 고려했지만 이상한 점이 발견되어 취소했습니다."

하지만 남아공에서 실패한 베르하겐의 '사기극'은 덴마크에서 성공을 거두었고, 유럽 클럽 유니폼을 들고 입단 사진을 찍은 뒤 훈련에 참가하는 데에까지 이르렀다. 그러나 실력마저 '사기'를 칠 수는 없었던 베르하겐의 엽기적 행각은 훈련 한 번에 마무리되고 말았다. 시즌 도중 제대로 된 검증없이 선수 영입을 했던 비보르FF에게는 망신스런 사건이 아닐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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