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풋볼리스트] 김정용 기자= 정승원이 대구FC의 ‘얼굴 주전’을 넘어 확고한 주전멤버로 자리를 잡았다. 기대 이상의 크로스 능력까지 재발견했다.

정승원은 이번 시즌 풀백 중 가장 많은 2도움을 기록 중이다. 위협적인 장면으로 연결되는 크로스는 훨씬 많다. 경기당 크로스 성공 횟수가 3.8회로 전체 공동 5위에 해당하는데, 출장시간이 비교적 짧은 것까지 감안한 크로스 생산력은 3위 수준이다.

27일 강원FC를 2-1로 꺾을 때도 정승원의 크로스가 기여했다. 정승원의 정확한 크로스가 츠바사에게 연결됐는데, 츠바사가 재치 있게 헤딩 패스를 흘려주며 에드가의 헤딩골로 이어졌다. 선제골 어시스트는 츠바사가 기록했지만 득점 상황을 만든 건 정승원이었다.

대구는 세징야(6골 3도움), 에드가(3골 2도움), 김대원(2골 1도움) 삼지창을 활용한 속공이 가장 큰 무기다. 그러나 이 속공이 막혔을 때가 작년의 약점이었다. 정승원은 적절한 타이밍에 오른쪽 측면을 파고들며 스리톱에게 더 많은 공간을 내주기도 하고, 속공이 일단 막힌 뒤 측면으로 침투하며 공의 흐름을 살려주는 역할도 한다. 화려하진 않지만 건실한 플레이로 팀에 꾸준한 도움을 준다.

정승원이 처음부터 주전 윙백은 아니었다. 대구는 U22 의무출장 규정까지 고려해 유망주 라이트백 황태현을 영입, 시즌 초 주전으로 활용했다. 그러나 K리그1 무대가 처음인 황태현은 아직 적응 중이었고, 후반마다 멀티플레이어 정승원이 교체 투입돼 오른쪽을 맡았다. 그러다 아예 정승원이 주전 윙백으로 자리를 잡게 됐다.

정승원은 그동안 투지가 장점인 미드필더였다. 공격형 미드필더, 중앙 미드필더, 윙어 등을 모두 소화할 수 있지만 측면 수비수는 아니었다. 대구는 미드필더나 윙어 출신인 선수를 윙백으로 기용하는 경향이 강하다. 왼쪽 주전 윙백 황순민도 원래 공격형 미드필더였다. 윙백의 공격력을 살리는 동시에 자연스럽게 중원 장악에도 도움을 주기 위해서다. 이런 전술에는 전문 풀백보다 오히려 정승원이 더 맞았다.

일취월장한 크로스 능력은 꾸준한 노력의 산물이다. 정승원은 절친한 동료 김대원과 함께 노력파로 알려져 있다. 대구 관계자는 “원래 훈련을 열심히 하는데, 크로스가 필요한 포지션에 꾸준히 기용되다보니 신경을 많이 쓴 걸로 안다. 나도 승원이 크로스가 그렇게 좋은지 최근에야 알았다”라고 말했다.

축구 팬들은 내년으로 연기된 도쿄올림픽 멤버 중 차라리 정승원에게 라이트백을 맡겨야 하는 것 아니냐는 토론도 한다. 그러나 정승원은 포백에서 풀백을 맡은 경험은 없고, 어디까지나 공격적인 스리백에서만 오른쪽 윙백을 소화할 수 있는 선수다. ‘김학범 팀’에서는 과거처럼 중원 장악이 필요할 때 투입되는 멀티 플레이어 역할을 맡을 가능성이 높다.

사진= 한국프로축구연맹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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