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풋볼리스트=성남] 김정용 기자= 프로축구가 1일 경기부터 관중을 받기 시작했다. 정원의 10%에 불과한 인원이지만 평소와 다른 지침을 지키느라 각 구단은 고생했고, 결국 팬들의 안심을 이끌어냈다.
1일 탄천종합운동장에서 열린 성남FC와 FC서울(2-1 서울 승)의 경기를 현장 취재했다. 구단 직원들은 관중석 곳곳을 오가며 ‘거리두기’ 현황을 관찰하다가, 미흡한 장소가 보이면 직접 다가가거나 진행요원을 투입해 충분히 띄어 앉도록 유도했다.
이번 주에만 세 차례 관중 입장에 대한 지침이 바뀌었다. 프로야구의 롯데자이언츠가 지난 7월 28일 관중을 응원석에 몰아 받으면서 거리두기가 미흡하다는 지적을 받은 것도 ‘지침 강화’에 영향을 미쳤다. 최종적으로 결정된 지침은 앞, 뒤, 좌, 우 모두 1m 또는 두 칸씩 거리를 두라는 것이었다.
지정된 간격으로 띄어 앉으려면 지정좌석제가 필수인데, 탄천종합운동장은 좌석번호 시스템을 마련한 적이 없었다. 경기장 운영권을 갖지 못한 K리그 대부분, 특히 종합경기장을 쓰는 구단들의 공통된 고충이었다. 몇몇 구단은 지방자치단체와 협의해 부랴부랴 지정좌석제 시스템을 구축했다. 성남은 구역별 예매를 받은 뒤 각 구역에서 정해진 만큼 띄어 앉도록 일일이 지시하는 방식을 써야 했다. 다수 진행요원이 투입됐다. 직원들로 부족해 아르바이트까지 다수 투입돼 각 구역 앞에 버티고 섰다. 경기가 시작된 뒤에도 좌석을 옮겨달라는 진행요원과 관중 사이에 일부 실랑이가 벌어지기도 했다.
홈팀 측은 경기 직전까지 고민을 거듭했다. 경기 중 비가 쏟아질 것을 대비해 지붕이 없는 앞쪽 좌석을 비우고, 관중을 뒤쪽으로 모아야 하는 것 아니냐는 의견이 나왔다. 실제로 후반전 한때 비가 쏟아졌다. 결국 당초 지침을 지키기로 했다. 이날 관중은 986명이었다. 전주 월드컵경기장은 2,959명, 인천축구전용구장은 1,865명이었다.
관중들은 단체 응원을 하지 말라는 지침을 대체로 잘 지켰다. 경기 전 소수 관중이 환호성을 지르자, 장내 아나운서가 “박수만으로 응원해 달라”고 재차 요청하기도 했다. 판정에 불만이 있을 때는 군데군데서 고성이 터지기도 했으나 응원가 또는 구호를 유도하는 사람은 없었다.
4년차 성남 팬이자 분당 주민인 박찬언 씨는 “오늘 경기장 환경은 충분히 안전하다고 느꼈다. 출퇴근 할 때 대중교통을 이용하고, 식당과 술집도 다들 이용하는 것이 요즘 세태다. 여기서는 감염 위험을 못 느꼈다. 계속 안전한 환경을 잘 유지하면서 수용 인원도 늘리고, 먹거리도 허용하는 등 제한이 완화됐으면 좋겠다”며 경기장의 방역 상태에 만족한다고 했다. 다만 추후 경기는 경기 중 혼선이 없도록 잘 준비됐으면 좋겠다는 의견도 냈다.
오랜만에 경기장에 온 것만으로도 가슴이 벅차지만 동시에 허전함이 남는다. 박찬언 씨는 “성남은 관중이 적은 편이지만, 서울 상대 경기는 보통 1만여 명이 입장한다. 오늘은 허전했다. 이런 상황에 적응해야 할지, 언제쯤이면 마스크를 안 쓰고 경기를 볼 수 있을지 모르겠다”고 이야기했다.
이날 경기장은 이상할 정도로 조용했다. 큰 목소리 대신 박수 등의 응원은 허용됐음에도 불구하고 응원도구 소리와 박수 소리조차 다들 자제하는 분위기였다. 박찬언 씨는 “클랩퍼(박수 소리가 나는 응원 도구)가 축구장에서 자주 쓰이는데 오늘은 없더라. 응원봉도 괜찮을 것 같다. 오늘 휘두른 깃발 대신 소리나는 응원도구를 쓰고 싶다”는 아이디어를 냈다.
사진= 풋볼리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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