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풋볼리스트] 김정용 기자= 조십 일리치치가 맹활약 도중 갑자기 아탈란타를 이탈한 이유에 대해 ‘코로나19 사태에서 받은 충격 때문’이라는 구체적인 보도가 나왔다.

일리치치는 2019/2020시즌 전반기 세계에서 가장 무서운 선수 중 한명이라는 극찬을 받으며 전성기를 누리고 있었다. 유럽축구연맹 챔피언스리그(UCL)에서 사상 최초로 원정경기 4골을 몰아치기도 했다.

그러나 코로나19로 이탈리아 축구가 중단됐다 다시 시작됐을 때 경기력이 뚝 떨어졌다. 7월 12일(한국시간) 유벤투스전 이후 아탈란타 선수단에서 자취를 감췄다. 모국 슬로베니아로 돌아가 가족들과 머물렀고, 구단은 정확한 이유를 밝히지 않았으나 ‘축구보다 중요한 개인적인 일이 있다. 구단의 허락 하에 떠난 것’이라고 설명했다.

아탈란타 선수들은 이탈리아세리에A 3위로 성공적인 시즌을 마친 뒤 일리치치 유니폼과 함께 기념사진을 찍어 여전한 동료애를 보여줬다. 아탈란타 팬들은 시내에 일리치치를 응원하는 포스터를 만들어 붙이기도 했다. 잔피에로 가스페리니 감독은 세리에A 최종전 후 “일리치치는 큰 사랑을 받고 있다”며 “누구에게나 힘든 일은 일어날 수 있다. 우리 모두 그를 돕고 있다. 이 순간을 극복해내길 바란다”고 말했다. 또한 “UEFA 챔피언스리그(UCL)에 합류하는 건 어려울 것이다. 다음 시즌엔 우리와 함께하길 바란다”며 8월에 진행되는 UCL은 거를 거라고 확인시켜 줬다.

일리치치의 갑작스런 이탈 이후 아내의 불륜설이 국내외 온라인을 통해 퍼졌다. 그러나 일리치치는 인스타그램에 아내와 함께 하는 사진을 올림으로써 사실상 소문에 반박했다.

이탈리아 매체 ‘일 포스트’는 일리치치가 코로나19로 인한 충격 때문에 힘들어했다는 기존 보도에 대해 구체적인 정황을 더했다. 아탈란타의 연고지인 베르가모 지역은 전세계에서 가장 코로나19 피해가 컸다. 공동묘지에 자리가 부족해 희생자들을 군용 트럭으로 운구하는 행렬이 전세계적으로 보도되기도 했다. 또한 코로나19 확산에 축구경기가 일조했다는 분석도 있었다.

일리치치가 불륜을 목격한 한 순간 우울증에 빠진 게 아니라, 조금씩 마음이 쇠약해졌다는 건 잠적하기 전 경기를 봐도 어느 정도 짐작할 수 있다. 일리치치는 코로나19로 리그가 정지되기 전 마지막 경기에서 4골을 몰아쳤다. 막판 3경기 모두 득점하며 6골 2도움을 기록했다. 그런데 리그가 재개된 뒤에는 5경기를 소화하는 동한 한 번도 풀타임을 기록하지 못했는데다 경기력도 매번 저조했다. 이미 정상적으로 경기를 소화할 상태가 아니었다는 것이다.

일리치치는 불우한 어린 시절을 보냈다. 생후 7개월에 아버지가 사망하고, 어머니 및 형과 함께 현재의 보스니아헤르체고비나에 속한 고향을 떠나 슬로베니아로 이주했다. 여기서 어린 시절을 보냈는데, 일리치치 3살 때였던 1991년부터 시작된 유고슬라비아 내전을 가까이서 겪은 것으로 알려졌다. 유고 내전은 연방군이 슬로베니아를 침공하며 시작됐다. 많은 사망자와 군인들의 모습이 어린 시절의 트라우마를 자극했다는 관측이 따른다.

일리치치의 에이전트는 코로나19로 인한 봉쇄 기간 동안 집안에 갇혀있으면서 선수가 우울에 빠졌고, 복귀 날짜는 정해지지 않았다고 밝혔다.

일리치치는 감성적이고, 특히 죽음의 공포에 대해 공개적으로 이야기한 적이 있다. 지난 2018년 피오렌티나의 다비데 아스토리가 잠자던 중 급사했을 때, 전 동료인 일리치치는 유독 슬피 울며 감정을 주체하지 못했다. 이후 인터뷰에서 “그 뒤로 제대로 자지 못한다. 나도 자다가 죽을 것 같은 기분이 든다”고 말한 바 있다.

사진= 게티이미지코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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